월드컵이 시작되면 축구 팬들은 저마다 우승국과 득점왕을 점쳐보곤 한다. 그러나 우승국보다 더 맞히기 어려운 것이 ‘누가 득점왕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 최근 일본 언론이 잇따라 주장한 ‘득점왕의 조건’이 흥미를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유력지 아사히신문은 5월31일자 석간에서 월드컵 개막에 맞춰 득점왕의 4가지 조건을 내걸어 조목조목 설명했다.
첫째가 후방의 지원. 미드필더가 강한 팀에서 득점왕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지네딘 지단을 포함, 전체적으로 호흡이 잘 맞는 미드필더를 등에 업은 프랑스의 티에리 앙리와 다비드 트레제게를 이 조건에 부합하는 선수로 꼽았다.
둘째는 팀의 에이스일 것. 팀 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득점왕의 꿈도 접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의 에르난 크레스포와 가브리엘 바티스투타는 주전으로 발탁되는 쪽이 득점왕에 가까워진다.
셋째는 몰아넣기. 약한 상대를 만나면 그만큼 골을 넣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번 대회에서는 B조의 스페인, D조의 포르투갈의 예선 대진이 좋은 편. 반면 ‘죽음의 조’인 F조는 상대적으로 손해로 꼽힌다.
넷째는 화려한 경력. 관록이 말해준다. 덴마크의 에베 산은 예선 10경기에서 9골을 넣은 득점력의 소유자다. 득점왕 2연패를 노리는 크로아티아의 다보르 슈케르도 건재하다.
한편 2일자 일본 니칸 스포츠는 득점왕이 되려면 팀의 에이스이며 약한 상대를 만나야 한다는 것과 함께 ‘3위팀 소속일 것’이라는 특이한 조건을 달았다. 우승팀에는 개인 득점보다는 팀 승리가 우선인 선수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86년 멕시코월드컵 득점왕인 잉글랜드의 게리 리네커도 축구 전문 잡지 ‘사커 매거진’에 ‘득점왕의 7가지 조건’을 밝혔다. 리네커가 꼽은 득점왕의 조건은 ①골 찬스를 만들어주는 팀 소속일 것 ②될 수 있으면 많은 경기를 치를 것 ③욕심 없는 공격 파트너가 있을 것 ④약한 상대를 만날 것 ⑤컨디션이 좋을 것 ⑥기본적인 득점력이 있을 것 ⑦이론의 여지가 없는 팀의 에이스일 것 등. 조금 더 구체적이다. 리네커는 이런 전제 아래 앙리, 트레제게, 크레스포 등과 함께 파울레타(포르투갈), 헨리크 라르손(스웨덴), 디에고 트리스탄(스페인), 마이클 오언(잉글랜드) 등을 득점왕 후보로 꼽았다.
니가타〓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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