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경기장이 서울, 부산, 울산, 전주, 서귀포 등 곳곳에 분산돼 있는 관계로 곳곳을 누비며 한국의 발전상과 한국인들의 생활모습을 알리면서 대(對)중남미 `월드컵 홍보전사'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남미 언론인들이 현지 신문과 방송에 보도하는 내용은 거의 비슷비슷하지만 멕시코의 상류층이 주로 구독하는 일간 밀레니오는 2일 88서울올림픽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한국의 발전상에 접근, 관심을 끌었다.
다음은 이 신문의 월드컵 취재팀 로베르토 에르난데스 기자가 쓴 `한국은 기적 그 자체'라는 제하의 기사 요약.
새벽 5시30분. 교통체증과 월드컵 취재 동료기자들과의 경쟁을 피하고, 프레스센터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른 시간에 호텔을 나섰다. 호텔 로비에서 나처럼 서두르던 멕시코 언론 동료기자를 만나 택시에 동승했다. 택시비는 똑같이 나눠 내기로 하고 우리는 목적지로 향했다.
새벽녘 서울의 거리는 아름답고 조용할 뿐 체증이란 없었다. 시속 10㎞를 예상했지만 언뜻 속도기를 보니 80㎞였다. 14년전 88올림픽때와 비교하면 정말 엄청난 차이라고 동료기자는 중얼거렸다.
동료기자는 "한국인들이 정말 그 사이에 이렇게 비약적으로 발전했단 말인가"라고 혼자 묻고는 "14년전에는 분명 이렇지가 않았어. 그런데 어떻게 이 모든 사회간접자본이며, 한강다리, 첨단기능이 장치된 건물, 수출, 소비재 등이 불과 14년만에 철철 넘쳐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라고 말했다.
"참으로 놀랍군" 그는 택시운전사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차안에 비치해둔 서울지도를 보며 내게 말을 건넸다.
"이봐, 여기 한강 옆에 세워진 이 빌딩말이야. 14년전에는 이 빌딩이 최고층 건물이었거든. 지금은 그게 아닌 것 같아" "그렇다면 한국사람들이 그동안 뭘 했다는 말이지? 나만 놀란 게 아니야. 14년전 서울에서 올림픽을 봤던 외국인이라면 누구든지 그때와 지금의 격차에 입을 딱 벌리고 말거야" "그 당시 우린 올림픽 사전취재와 기사 및 사진 전송장비를 설치하느라고 서울에 4개월동안 머물면서 샅샅이 훑어봤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이건 정말 엄청난 변화라고 밖에 할 수 없어. 보라구! 음식이며, 교통수단, 호텔, 생활수준 등등. 한국의 이미지가 싹 바뀌었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서울도 엄청 달라졌구 말이야"
동료기자는 쉬지않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가 14년전에 봤다고 말한 가장 높은 건물의 외벽에는 초대형 멀티비전 TV가 설치돼 역동하는 한국의 모습을 칼라사진으로 내뱉고 있었다.
내가 그에게 말했다. "저것 좀 봐. 대형 멀티비전이나 디지털 광고판이 건물 한곳에만 있는게 아니라 여기저기 셀 수 없이 많이 붙어있군. 14년전에는 그렇지 않았던 한국인들이 정말 전자, 디지털 혁명의 놀라운 기술을 보여주고 있군"
14년? 그렇다. 한국인들은 멕시코 전체와 멕시코에서 산업활동이 가장 왕성하다고 하는 몬테레이뿐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의 어떤 나라도 좀처럼 따라잡기 어려운 기적을 실현했다.
우리(멕시코인들) 모두는 양심을 한 번 되짚어봐야 한다. 14년전 우리는 어디에 있었는가. 그 당시 멕시코의 인프라(사회간접자본) 수준은 어떠했는가. 아르헨티나는 어떠했는가. 물건을 살 때 페소화(멕시코와 아르헨티나의 화폐단위)의 실질가치는 얼마였는가.
끊임없는 수출로 인구 1000여만명의 수도 서울은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했다. 멕시코는 끊임없이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
결국 동료기자와 나는 더이상 골치썩힐 필요없이 한국인들에게 찬사를 보내기로 했고 한국의 발전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한국은 정말 멕시코와 몬테레이, 전세계로부터 찬사를 받을만한 모범적인 발전국가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