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16강 진출을 염원하는 한국이나 16년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명함을 내민 폴란드나 첫 승리는 놓칠 수 없는 목표다.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한국의 우세가 점쳐진다. 특히 역대 월드컵에서 이번처럼 온 국민이 우리 스스로의 전력을 신뢰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전후반 90분 남짓 짧은 시간에 우리 선수들이 넘어야 할 산은 험난하다. ‘운명의 바람’이 어느쪽으로 불어줄 지도 관건이다.
한국은 먼저 스스로를 극복해야 한다. 첫 경기에 대한 긴장과 부담은 가장 큰 장애물이다. 홈 팬의 열광적인 응원이 폴란드에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우리에게도 부메랑이 돼 날아올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호흡을 가다듬고 경기에 몰입하는 집중력이 첫 번째 관건인 셈이다.
다음은 ‘축구의 신’이 우리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 2일 파라과이가 경기 종료 직전 골키퍼의 어이없는 실수로 페널티킥을 허용, 남아공에 동점골을 내준 것은 분명 ‘신의 장난’이다. 칠라베르트 대신 수문장으로 나선 파라과이의 타바레이는 귀신에 홀린 듯 해서는 안될 실수를 했고 경기후 하늘을 원망했을 것이다. 또 개막전에서 골대를 2번이나 맞히고 진 프랑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전술적인 면에선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다만 우리가 그간 너무 많은 것을 보여줘 폴란드가 지나치게 경계할까 우려된다. 올초 북중미골드컵 미국전에서 그랬듯 잔뜩 웅크린 상대를 영리하게 끌어내지 못하고 공격일변도로 나서면 오히려 치명적인 역습을 허용할 수도 있다.
수비면에선 올리사데베보다는 크리샤워비치나 왼쪽 날개 크시노베크를 경계해야 한다. 올리사데베는 순간 스피드와 결정력이 폭발적이지만 볼을 안가졌을땐 움직임이 둔하다. 위험 지역에서만 적절히 압박하면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올리사데베를 이용한 나머지 공격수들의 쇄도가 날카롭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폴란드의 긴 패스에 이은 순간 돌파나 강력한 세트플레이 득점력을 조심해야 한다는 건 불문가지다.
하지만 이 모든 ‘말잔치’는 공허하다. 우리 선수들이 경기후 가진 힘을 다 쏟아 붓지 않아 후회하는 일만 없었으면 한다.
허정무/축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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