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스타]돌아온 축구황제 “골 사냥 시작됐다”

  • 입력 2002년 6월 3일 23시 28분


신은 그에게만은 모든 것을 허락한 듯 했다. 한때 그가 그라운드에서 뛴다는 사실만으로도 상대는 오금을 저렸다. 마치 마네킹을 상대하듯 현란한 드리블과 예측불허의 슈팅으로 펠레와 마라도나의 뒤를 이어 ‘축구황제’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에게 황제도 모자라 ‘외계인’이란 별호를 하나 더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호나우두(26·이탈리아 인터밀란). 불과 18세 때인 94년 미국대회에서 월드컵에 데뷔한 뒤 96년과 97년 연속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올해의 선수’에 선정될 때까지만 해도 그에게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었다.

하지만 98년 프랑스월드컵 결승에서 무득점에 그치는 부진 이후 이어진 부상은 신이 내린 시련이었다. 그러나 호나우두는 부활했다.

3일 울산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터키전에서 브라질의 최전방 공격수로 모습을 드러낸 호나우두는 후반 28분 루이장과 교체될 때까지 환상적인 발리킥으로 팀의 동점골을 뽑아내는 등 야생마 같은 돌파와 드리블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호나우두가 첫 슈팅을 날린 것은 전반 5분. 투톱의 한 축인 호나우디뉴의 패스를 히바우두에게 넘긴 뒤 곧바로 골문으로 쇄도했고 다시 히바우두가 가볍게 찔러준 공을 그대로 터키의 골문으로 날렸지만 아쉽게도 공은 골대를 훨씬 넘고 말았다.

이후 공은 좀처럼 호나우두에게 연결되지 않았다. 터키 알파이 외잘란과 뷜렌트 코르크마즈의 이중수비에 갇힌 것. 그러나 호나우두에게 상대의 그물 수비는 문제가 될 수 없었다.

전반 11분 자신을 향한 패스를 놓치지 않고 달려나가는 그의 폭발적인 돌파에 터키가 파울로 막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나 전반 39분 왼쪽 코너지역에서 몇차례의 페인트 모션으로 3명의 수비를 따돌린 뒤 골문앞에서 기다리던 히바우두의 머리에 떨어지는 센터링은 ‘과연 호나우두’란 찬사를 얻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전세계 축구팬들이 호나우두에게 바란 것은 ‘골’이었고 호나우두는 자신이 공을 잡을 때마다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는 팬들의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

후반 5분 히바우두가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띄워준 공을 질풍같이 달려들며 왼발 논스톱 발리킥으로 밀어넣으며 골문을 가른 것. 이 순간 호나우두는 유유히 하늘을 유영하다 먹이를 발견한 한 마리 매였고 이 한 골만으로도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황제의 건재’를 알리기에 충분했다.

호나우두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는 나의 축구인생에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21세기 처음으로 열린 한일월드컵은 그에게 ‘제2의 전성기’를 알리는 시발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호나우두는 누구

△생년월일:1976년 9월 22일

△출생지: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체격조건:1m83, 77kg

△포지션:포워드

△소속팀:이탈리아 인터밀란

△연봉:63억원

△국제경기 성적:58경기 출전 38골

△주요수상:96,97 FIFA 올해의 선수상

울산〓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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