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바니 트라파토니 감독은 부상당한 필리포 인차기를 대신할 비에리의 투톱 파트너로 왜 굳이 미드필더 프란체스코 토티를 최전방으로 올렸을까. 벤치에 앉은 스트라이커 중 어느 하나도 명함을 내밀지 못할 선수가 없는데.
3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G조 이탈리아와 에콰도르의 경기는 이런 의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보여줬다.
비에리의 파괴력은 상상을 뛰어넘었고, 토티의 기량은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토티의 지원을 얻은 비에리의 ‘맹폭’에 힘입어 에콰도르를 2-0으로 제압했다.
1m85,82kg의 당당한 체구의 비에리는 전형적인 파이터 스타일. 상대 수비와의 웬만한 몸 싸움에서 밀리는 법이 없이 기회를 만들어낸다. 비에리는 이날도 수차례의 슈팅을 날려 에콰도르 수비진을 농락했다. 오히려 더 이상의 골을 얻어내지 못한 것에 대해 ‘운이 없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
이번 대회 강력한 득점왕 후보 중 한명인 비에리는 지금까지 10개 클럽을 옮겨다닌 ‘방랑 스트라이커’. 이탈리아 세리에 A의 명문 유벤투스, 라치오 등과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몸담았던 그의 화려한 이력서는 그의 실력을 말해준다.
99년 시즌부터는 인터 밀란에서 활약중.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인 97-98 시절에는 24골로 프리메라 리가 득점왕에 올랐고, 유벤투스에서는 유럽 슈퍼컵과 이탈리아 리그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월드컵에 처음 출전한 에콰도르의 수비진은 비에리의 칼날같은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반 6분 골키퍼와 맞닥뜨린 비에리는 에콰도르 골키퍼 호세 세바요스의 선방으로 아깝게 골 찬스를 놓쳤다. 하지만 다시 기회를 포착하는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전반 7분 에콰도르 페널티 지역 외곽 오른쪽을 파고든 토티가 로빙 패스를 올렸고 비에리의 논스톱 슛이 골문을 갈랐다.
전반 27분, 비에리는 후방에서 넘어온 긴 패스를 건네받아 에콰도르 수비진을 따돌렸다. 슈팅은 에콰도르 골키퍼 세바요스의 손을 맞고 튀어올랐고 비에리는 가볍게 ‘확인 슈팅’을 했다.
후반에도 비에리를 중심으로 한 이탈리아의 맹공이 이어졌고 에콰도르는 에디손 멘데스와 아구스틴 델가도가 간간히 슈팅을 날려봤을 뿐, 나머지 시간은 더 이상 골을 먹지 않은 것에 만족하며 쓰디 쓴 월드컵 데뷔전을 치러야했다.
요코하마〓주성원기자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