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공인구 사상 탄력과 반발력이 가장 강하다는 피버노바가 2002한일월드컵에서 그 가공할 위력을 드러내고 있다.
프랑스-세네갈 개막전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피버노바의 위력은 개막 5일째를 맞으며 차츰 드러나기 시작해 골키퍼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세한 볼 컨트롤 감각 등에서는 아직 선수들의 ‘증언’이 없지만 중거리 슈팅의 위력이 한결 높아졌다는 사실이 감지된 것.
아일랜드-카메룬의 E조 경기에서 후반 7분 아일랜드의 매슈 홀런드가 날린 중거리슛은 마치 풀밭을 빠르게 헤치고 나아가는 뱀처럼 낮게 깔리며 카메룬 골대를 갈랐다.
“빠르고 무엇보다 정확하다”던 피버노바의 진가를 웬만한 TV 시청자들도 느낄 수 있었던 장면.
이어진 우루과이-덴마크와의 경기에서 우루과이 다리오 로드리게스가 뽑아낸 그림 같은 왼발 발리슛 동점골 역시 피버노바의 위력을 느끼게 한 대목이다. 골지역 밖에서 아웃프런트킥으로 날린 로드리게스의 슈팅은 골키퍼가 손쓸 틈 없이 골대 왼쪽 모서리로 정확하게 빨려 들어갔다.
이런 피버노바의 위력 덕택에 이번 대회 들어 3일까지 11경기에서 31골이 터져 1경기당 2.82골로 득점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3골을 넣은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를 비롯해 한골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27명에 달해 이번 대회 득점왕은 1978년 아르헨티나월드컵 이후 지속되어 왔던 득점왕 6골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아디다스사가 제작한 피버노바는 플라스틱과 라텍스, 유리섬유 등 6겹의 층으로 이뤄져 있어 탄력과 반발력이 대단하다. 층 사이에는 수많은 공기방울이 있는데 킥하는 순간 찌그러졌다 원상태로 돌아오면서 엄청난 반발력이 생긴다.
피버노바에 대해서는 한국축구대표팀의 GK 이운재도 “볼의 스피드가 대단해 공격수가 슈팅하는 순간 빠른 판단력이 요구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대회 공인구 피버노바가 앞으로 치러질 경기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지켜보는 것도 새로운 관전포인트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