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는 4일 대(對)한국전 승리를 16강 진출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결의로 하루 종일 타올랐다. 바르샤바 시민들은 오후 1시반부터 중계되는 한국과의 경기를 보기 위해 오전부터 바로 몰려들었다.
한국전을 앞두고 커피와 주류를 함께 판매하는 폴란드식 바에서는 대형TV를 구입하는 일이 크게 늘었다고 주폴란드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전했다.
폴란드 언론은 이날 새벽부터 한국과의 경기 전망과 서울발 인터뷰 등을 내보내며 열기를 고조시켰다. 언론은 객관적 전력이 한 수 아래인 한국에 이겨야 강호 포르투갈과 부담 없이 한판 승부를 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폴란드 언론은 선수들 대부분이 유럽의 1부 리그에서 뛰는 폴란드가 한국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이 앞선다면서 최용수 홍명보 이영표 선수 등의 부상이 한국팀의 전력에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폴란드축구협회 임원과 선수 등은 한국과 프랑스의 평가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어차피 (한국이) 패한 경기다” “평가전과 월드컵 본선 경기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그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부터 축구팬들 사이에는 “미국 CNN방송이 그간의 경기결과를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한국이 승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는 말이 번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들렸다.
대다수 회사는 한국과의 경기 이후에는 어쨌든 정상 근무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오전 근무로 끝내거나 아예 휴무한 곳도 많았다.
대사관측은 한-폴란드전에서 폴란드가 패배할 경우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폴란드 훌리건의 난동을 우려했다. 최근 바르샤바에선 축구 경기 후 흥분한 훌리건들이 바르샤바 구시가지의 상점가를 파괴하기도 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축구의 역사 새로 쓰자” 열도 들썩
○…한국과 마찬가지로 월드컵 1승과 16강의 비원을 안고 벨기에와 첫 시합에 나서는 일본의 방송들은 이날 아침부터 경기가 열리는 사이타마(埼玉) 스타디움을 연결해 긴장과 기대 속에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일반 프로그램의 진행자들도 약속이나 한 듯 “드디어 오늘”이라는 말로 말문을 열 정도로 전 국민이 이 경기에 거는 관심을 대변했다.
○…사이타마 스타디움에는 3일밤부터 서포터스(응원자)가 찾아들기 시작해 4일 오전에 이미 일본대표팀 유니폼 차림의 서포터스로 붐볐다. 스타디움 앞 광장에는 대형 일장기를 펼쳐 놓고 승리를 기원하는 말을 써넣는 행사도 벌어졌다.
경기장 주변에 몰려든 사람들 중에는 표가 없는 사람들도 많았다. 혹시나 현장에서 표를 구할 수도 있을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온 것. 이들은 “이렇게 애타고 표를 구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빈자리가 있는 건 뭐냐”고 분통을 터뜨리면서 “경기장안에서 들려오는 함성을 들어가며 밖에서라도 성원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경기를 보기 위해 업무를 조금 일찍 끝내고 귀가하거나, 아예 직장에 남아 동료들과 함께 TV를 보려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음식점 등은 ‘대형 TV 있음’이라는 임시 안내문을 붙이고 손님들을 끌어들였다.
○…일본 국민은 이날 대표팀에 ‘일본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써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강적 벨기에와는 비기기만 해도 좋다는 것이 속내였다. 9일 러시아와 14일 튀니지전에 승리해 16강 진출을 결정짓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대회를 위해 브라질에서 귀화한 대표팀의 미드필더 산토스(24)는 “체력과 정신면에서 모두 준비를 끝냈다. 벨기에전에서 이겨 반드시 월드컵 1승을 올리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팀의 맏형인 포워드 나카야마 마사시(34)는 “첫 시합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고 중압감에 질 선수도 없다”며 “강한 의지를 갖고 그라운드에 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과 벨기에의 대결은 ‘스파르타형’과 ‘자유분방형’ 합숙 중 어느 쪽이 효과가 있었는지를 가늠하는 것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일본 팀은 그동안 트루시에 감독의 지시로 외출금지와 철저한 금욕생활을 해 왔고 벨기에팀은 연습을 끝낸 뒤 온천관광과 쇼핑을 즐기기도 해 화제가 됐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그래도 잘했다” 7억명 TV 지켜봐
중국으로서는 4일이 여러모로 신경 쓰이는 날이었다. 월드컵 본선에 처음 나온 중국이 첫 경기를 갖는 이날은 공교롭게도 민주화 유혈사태를 빚었던 톈안먼(天安門)사건 13주년이 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베이징의 한 정보기술(IT)업체에서 근무하는 쑨후이밍(孫惠明·42)은 이날 중국팀이 경기에 지자 “C조에서 가장 약한 상대인 코스타리카에도 져 16강 진출은 사실상 무산된 것 같다”면서 “브라질과 터키는 객관적 전력에서 코스타리카보다 훨씬 강한 만큼 중국팀이 남은 경기에서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베이징 하이뎬(海淀)구의 한 음식점에서 친구들과 함께 중국팀을 응원하던 대외경제무역대 여학생 장메이(張寐·22)는 “역시 실력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면서 “중국팀이 월드컵에 처음 나간 만큼 비록 졌다하더라도 그들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중국인들의 눈과 귀는 온통 한국 광주(光州)에서 열리는 코스타리카와의 1차전에 쏠렸다. 베이징(北京) 시내는 경기 시작 30분전부터 차량들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경기가 시작되면서 직장인들은 일손을 놓은 채 TV 앞에 모여들었다. 또 차오양(朝陽)공원과 르탄(日壇)공원, 노동자경기장 등에 설치된 대형 TV스크린 앞에는 행인들이 수십, 수백명씩 모여들어 중국팀을 열렬히 응원했다. 특히 르탄공원에서는 중국 맥주회사들이 무료 시음축제를 열어 축구팬들의 흥을 돋웠다. 베이징의 최대 번화가인 왕푸징(王府井)과 시단(西單), 푸싱(復興)상업성(城)등 10여개의 대형 백화점 및 쇼핑센터도 가전제품 매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언론은 7억명의 중국인들이 이날 경기를 TV로 지켜본 것으로 추산했다.
○…베이징 하이뎬(海淀)구의 한 음식점에서 친구들과 함께 중국팀을 응원하던 대외경제무역대 여학생 장메이(張寐·22)는 “중국팀이 이기면 좋겠지만 월드컵에 처음 나간 만큼 진다하더라도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징의 정보기술(IT)업체에 근무하는 쑨후이밍(孫惠明·42)은 “중국이 C조 최약체인 코스타리카를 꺾지 못한다면 남은 브라질과 터키 경기에서는 더욱 이기기 힘들다”면서 “코스타리카에 대망의 1승을 거둬 16강 진출의 염원을 실현시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은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3국이 모두 출전하는 날”이라면서 “우리 팀도 아시아 축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컵이 개막되면서 중국 음식점과 술집에서는 맥주를 30∼50% 싼 가격에 팔거나 음식을 시키면 맥주는 아예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많아 맥주 소비량이 급증했다.
칭다오(靑島)맥주와 함께 중국의 2대 맥주로 꼽히는 옌징(燕京)맥주는 월드컵 개막이후 1일 생산량이 평소의 2배에 가까운 3500t으로 뛰어올랐고 중국팀 경기가 열린 4일에는 4000여t의 기록적인 생산량을 기록했다고 중국 언론이 전했다.
○…중국 당국은 1989년 6월4일 일어난 톈안먼사건 13주년을 맞아 베이징 중심가의 톈안먼 광장 주변에 3일부터 공안요원들과 차량을 대거 배치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삼엄한 경계를 폈다.
특히 당국은 반체제 인사들이 월드컵 기간중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국제사회에 방영될까 봐 주요 인사들을 사실상 가택연금하거나 이들의 출입과 일거수 일투족을 집중 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민들의 관심이 오직 축구에 쏠려서인지 톈안먼광장에서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중국 언론은 “중국팀의 첫 경기가 벌어지는 광주는 한국 5대 도시의 하나로 예술의 고장”이라고 소개하면서 광주 시민들이 중국팀에 열렬한 응원을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광주는 중국 남부의 광저우(廣州)와 자매결연을 했으며 이번 월드컵 기간 중 ‘광주·광저우 문화제’를 여는 등 중국과 중국팀에 각별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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