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폴란드전이 열린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와 대학로에는 전광판 중계 사상 최대 인파인 13만여명의 시민이 운집해 그야말로 '붉은 바다'가 연출됐다.
이날 오전부터 손에 손에 태극기를 들고 붉은 휘장에다 빨간 티셔츠를 입고 모여든 시민들은 경기 시작 4∼5시간 전부터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힘찬 응원전을 펼쳤다.
경기 시작 26분여만에 황선홍 선수가 멋진 첫 골을 터뜨리자 세종로 사거리와 대학로는 "와" 하는 함성이 천지를 흔들었으며 시민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세종로 사거리▼
10만여명의 인파가 인도는 물론 도로 일부까지 가득 메운 세종로 사거리 일대는 시민들이 입은 붉은 색 티셔츠와 휘장으로 흡사 '붉게 물든 바다'를 연상케 했다.
오후 8시 반 중계방송이 시작되면서 한국 대표팀의 박지성 안정환 홍명보 선수 등의 얼굴이 전광판에 등장하자 시민들은 힘찬 박수와 함성으로 환호했다. 특히 거스 히딩크 감독이 등장하자 시민들은 "당신을 믿는다"며 외쳤다.
'붉은 악마' 응원단 회원을 비롯한 시민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태극기와 플래카드를 흔들며 서로 얼싸안고 "황선홍, 황선홍" "대∼한민국"을 연발했다.
세종로에서 무교동 방향과 서대문 방향 8차로 도로는 오후 6시경부터 밀려든 관중들로 차량 통행이 전면 금지됐다. 응원단의 행렬은 세종로 사거리에서 서대문 방향으로 1㎞나 늘어서기도 했다.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시민들은 동아일보와 교보빌딩 등 인근 빌딩에 들어가 응원전을 벌였다.
▼대학로▼
3만여명이 운집한 대학로에서도 이날 오후 경기 시작 7시간여 전부터 차량 통행이 통제된 가운데 오전 11시부터 시민들이 모여 들어 응원에 열을 올렸다.
거리 곳곳에는 '한국 축구의 힘, 온국민 응원페스티벌' '가자 16강으로'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와 빨간색 풍선이 걸려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대학로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정혜선씨(32·여·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정말 그림 같은 슛이었다"며 "한국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국민대 법대 3학년 한준희(韓俊熙·21)씨는 "지난번 한국-프랑스 평가전 때 세종로에 경기 시작 3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없었다"며 "좋은 자리에서 응원하고싶어 경기 시작 7시간 반 전에 대학로에 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부터 SK텔레콤이 1만여장의 붉은색 티셔츠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받으려는 시민들의 행렬이 대학로 중앙에서 인근 동숭파출소까지 500여m나 이어지기도 했다.
이진구 김선미 민동용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