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바늘 따라온 '금실'…아트 축구의 연인들

  • 입력 2002년 6월 6일 18시 22분


프랑스팀의 연습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프랑크 르뵈프 선수의아내 베티와 빅상테 리자라쥐의 연인 엘자
프랑스팀의 연습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프랑크 르뵈프 선수의
아내 베티와 빅상테 리자라쥐의 연인 엘자
5월31일 밤 2002년 월드컵 개막전을 치르고 호텔로 향하던 프랑스 대표팀의 버스 안은 적막 그 자체였다. 전 대회 우승국이 첫 출전팀인 아프리카 세네갈에 0대 1패. 패배가 아니라 모욕이었다. 선수들이 굳었던 표정을 서서히 풀 수 있었던 것은 숙소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 도착해서. 그곳에는 그들의 아내와 연인이 있었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던 남자들은 여인들의 얼굴을 보고서야 비로소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아내동행은 선수 기량 향상 위한 것”

5월 29일, 프랑스 축구협회가 제공한 에어 프랑스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프랑스 축구 대표팀의 선수 부인 및 연인 16명. 이들의 동행은 출발 전부터 ‘축구와 섹스와의 함수관계’를 화두로 국제적인 입방아를 낳았다.

프랑스 축구협회측은 “단순 여행이나 응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프랑스가 대회 2연패에 실패한다면 여자 때문이다.’ ‘프랑스(선수 부인들)는 개막전 날 같은 호텔에 묵게 된 세네갈 선수들에게 접근해 미인계를 쓸 것이다(일본 도쿄스포츠지 30일자 서울발 기사)’라는 우려와 조롱이 쏟아졌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공개적으로 대회 기간 중 섹스를 허용했거나 눈감아준 경우는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미국 포르투갈 폴란드 등. 이 중 프랑스팀만 부인과 연인을 공식 동반했다. 로제 르메르 감독은 30일에 열린 공식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의 자유로운 섹스는 96년 유럽선수권대회 때부터의 전통으로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이런 방침을 고수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고 말했다. 최종 경기결과야 보따리를 풀어봐야 알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아내와 연인들이 심리적으로 큰 힘이 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개막식 다음 날인 6월 1일, 아내들은 한국 도착 이후 줄곧 머물렀던 서울 남산 힐튼 호텔에서 남편들이 있는 쉐라톤 워커힐 호텔로 옮겼다. 아내들은 관광을 위해 경주로 떠난 3일 오전까지 호텔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연습장소(경기 구리시 LG챔피언스 파크 )에 따라가기도 하고 휴식시간은 호텔 내에서 함께 쇼핑도 하면서 꿀맛같은 시간을 보냈다.

‘안전상의 이유’로 자세한 관광 경로를 밝히거나 직접적인 인터뷰를 하는 것은 단호히 거절했지만 이들은 남편, 연인과 만나지 못할 때는 용인 민속촌, 경주 불국사 등을 관광하며 보냈다.

다비드 트레제게와 아내 베아트리스

자유롭게 외출을 할 수도 없고 아무거나 먹어서도 안되는 남편 때문에 쇼핑이나 데이트는 주로 쉐라톤 워커힐 호텔 내에서 이뤄졌다. 훈련이 끝나고 저녁 식사까지 마친 후 남편 또는 남자친구의 팔짱을 낀 채 명품 매장을 둘러보는 여인들의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이 호텔의 면세사업본부 김경순 지배인은 “아내나 연인들은 특히 버버리, 구치, 크리스티앙 디오르에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로 물건을 구입한 것은 선수들이었다”고 말했다. 티에리 앙리(25·포워드)는 버버리에서 작은 남성용 가방 한 개와 면 티셔츠 2장을, 틈만 나면 명품 매장을 들락거렸다는 지브릴 시세(21·포워드)는 구치에서 스니커즈 2개, 실뱅 빌토르(28·포워드)는 구치 선글라스를 구입했다. 지네딘 지단은 옷보다 시계에 관심을 보였다.

●남편의 실력 vs 아내의 미모

티에리 앙리와 연인 클레르

프랑스팀 최고의 스트라이커라는 찬사를 받는 다비드 트레제게(25·포워드)의 아내인 베아트리스는 화려한 무늬가 돋보이는 배꼽티, 쫄바지를 즐겨입는 금발 미녀로 국내외 언론의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2일 저녁에는 가슴선이 만들어내는 계곡을 그물끈처럼 여며 자극적인 느낌을 주는 스카이 블루색 셔츠를 입고 호텔 로비를 활보해 또 다시 시선을 끌었다. 자세히 보면 얼굴에 주름도 많고 눈이 번쩍 뜨이는 미인도 아니지만 빼어난 몸매가 시선을 끈다. 프랑스팀 응원을 위해 본국에서 온 열성팬 크리스틴 테리(24·학생)는 “베아트리스는 과감한 의상 스타일과는 달리 매우 수줍어하는 성격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베아트리스는 여러 여인들 가운데서 명품을 가장 멋지게 소화해 내는 사람으로도 꼽힌다. 좋아하는 브랜드는 크리스티앙 디오르. 5월 29일 입국 당시에는 존 갈리아노가 디자인한 ‘트로터’ 라인 가운데 올 봄, 여름 컬렉션 신제품인 ‘트로터 플라피 톨르’ 크로스백을, 1일 점심 식사를 마치고서는 데님 소재로 만든 ‘새들백’을 들고 나타났다.

눈썹을 가늘고 각지게 다듬어 샤프한 인상을 주는 티에리 앙리의 연인 클레르도 흰색 쫄티에 골반에 걸치게 입는 베이지색 로 라이즈(low rise)팬츠, 커다란 새 깃털이 촘촘히 달려있어 히피적인 느낌을 주는 작은 핸드백을 곁들여 베스트 드레서로 꼽힌다.

알랭 보고시앙과 아내 레티시아

하지만 월드컵 기간에 프랑스 축구협회(FFF) 의장단 및 프랑스 국가대표선수, 그 가족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통역사 박정연씨(23·이화여대 통역대학원)는 베아트리스도 클레르도 아닌 미드필더 알랭 보고시앙(32)의 아내 레티시아를 주저없이 여인들 중 으뜸가는 미인으로 꼽았다. 레티시아는 뚜렷한 이목구비, 가슴까지 내려오는 흑발, 탄력있는 날씬한 몸매가 황인, 백인, 흑인종의 장점만 섞어놓은 듯한 묘한 매력을 풍긴다는 것.

“특히 빨간색 9분 바지에 빨간색 줄무늬가 그려져 있는 흰색 스니커즈를 곁들여 입고 몸에 달라붙는 흰색 티셔츠를 입은 모습이 너무 예뻤어요. 가장 패셔너블한 것 같아요.” 레티시아의 키는 169㎝정도. 마른 편이지만 봉긋한 가슴선과 풍성한 엉덩이 라인이 섹시한 매력을 풍긴다.

선수 부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즐겨 입는 옷은 단연 ‘로 라이즈 팬츠’였다. 골반 부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입게 되어 있는 이 옷은 허벅지 부분은 살에 밀착되고 발목 부분은 다소 넓게 퍼지는 ‘벨 보텀(bell bottom)’ 스타일로 팝스타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자주 입고 나오는 인기 아이템. 프랑스 파리의 ‘로데오 거리’ 격인 ‘에튀엔 마르셀’ 등 패션 스트리트를 모니터해온 ‘퍼스트뷰 코리아’의 변남옥 패션 에디터는 “최근 프랑스 대도시의 젊은 여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바지”라면서 “선수 부인들이 선글라스, 가방 등은 명품을 택하되 의상은 개성있는 작은 숍에서 소량 판매하는 독특한 아이템을 선택한 것도 유럽 여성들의 전형적인 패션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리자라쥐와 엘자

선수들에 대해서라면 신체 사이즈는 물론 평소 버릇까지 줄줄 꿸 정도라는 프랑스팀 골수팬 알랑 르와젤(55·엔지니어·프랑스 노르망디 거주)은 선수의 여인들 가운데 최고의 미인으로 수비수 빅상테 리자라쥐(33)의 연인인 가수 엘자(29)를 꼽았다. 13세부터 가수, 영화 배우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엘자는 통역담당 박정연씨가 꼽은 ‘가장 금실 좋은 커플’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리자라쥐와 엘자는 로비에서나 이동하는 차 안, 식당 안에서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선수들이 머무는 별관 더글러스홀에서 본관에 이르는 1㎞거리의 산책로를 나란히 손잡고 거니는 모습도 종종 목격됐다.

선수단 연인 중 또 다른 미인으로는 영화배우 출신으로 알려진 수비형 미드필더 에마뉘엘 프티(32)의 부인 드라 퐁텐도 꼽힌다.

●본관으로 별관으로 아쉬운 굿나잇 키스

미카엘 실베스트르 선수와 연인 세브린

쉐라톤 호텔에서 여인들은 남편, 남자친구와 함께 자국에서 파견된 요리사들이 메뉴를 구성한 건강식을 먹었다. 양상추, 무순, 양배추 등 신선한 각종 야채 샐러드가 식단의 30%이상을 차지하고 양고기, 작은 문어, 치즈, 연어, 과일, 이탈리아식 볶음밥, 각종 케이크, 요거트 등으로 구색을 갖춘 뷔페식 차림이었다. 특히 이들은 프랑스인들이 에비앙보다 즐겨 찾는다는 생수 브랜드 ‘도농’과 ‘에스프레소’ 커피를 공수해 먹었다. 샐러드 소스는 새콤한 발사믹 비니거 소스만 찾았다.

오후 9시경 느긋하게 저녁식사를 마치면 여인들은 선수들과 오디오, 비디오, 인터넷, 포켓볼 시설이 갖춰진 엔터테인먼트룸이나 피트니스센터로 향하기도 하고 호텔 16층 스타라이트바를 찾기도 했다. 특히 바를 자주 찾은 커플은 앙리와 트레제게 커플. 남편들이 탄산수인 페리에에 감자튀김을 먹는 동안 여인들은 칵테일을 마셨다. 그러나 오후 11시가 넘으면 이들은 하나둘 굿나잇 키스를 나누었다. 프랑스 축구협회가 섹스에 대한 자율권은 부여했지만 별관 더글러스홀에 거처를 마련한 선수들과 달리 아내들은 본관에서 묵었다. 그래도 최소한 하루 정도는 합방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인들은 8일 서울로 돌아온 뒤 11∼13일 차례차례 한국을 떠날 예정이다. 통역사 박정연씨는 “8일 이후에는 여인들이 선수단과 다시 접촉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내, 여자친구와 잠깐동안이라도 만날 수 있었던 행운아들과 달리 지단 등 ‘홀아비’들은 상대적으로 팬들에게 친절한 선수로 기억될 것 같다. 아내, 여자친구와 동행한 선수들이 에스코트에 신경 쓰느라 호텔 앞에 진을 친 팬들에게 무심했지만 ‘홀아비’ 선수들은 사인을 요구하는 팬들에게 일일이 답을 해주며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들이 안쓰러워서였을까? 프랑스 축구협회는 4일 오전 쉐라톤 워커힐 호텔 측에 ‘선수들에게 줄 깜짝 선물이니 잘 전해달라’는 공문과 함께 아드리아나 카랑부 등 프랑스 유명 여배우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첩과 포스터 36점씩을 보내왔다. 호텔 측은 선수팀이 부산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8일 오전, 이들이 식사를 하는 코스모스홀에 이 사진들을 전시할 예정이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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