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팀이 월드컵 진출 사상 첫 승을 거두며 월드컵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면서 북, 장구, 태극문양, 아리랑 등 한국의 상징물이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후끈 달아오른 ‘신토불이(身土不二) 열기’의 대표 주자는 태극기. 응원에 태극기가 필수품이 되다시피 하면서 관련 업체들은 주문 폭주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태극기 제작업체인 대한국기선양회 사장 김정호씨(49)는 “이 달 들어 주문량이 이전에 비해 40%나 늘었는데 이 중 응원용 소형태극기 주문만 총 주문량 10만장 중 7만장이 넘는다”고 말했다.
태극기를 판매하는 연합상사 관계자는 “월드컵이 시작된 6월부터 판매량이 평소의 50%나 넘게 증가했는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호황은 장사 15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조윤희씨(26·여)는 “태극기를 휘감고 응원하는 게 멋있어 보여 미국과의 경기 때 사용하려고 하나 샀다”고 말했다.
태극무양의 인기는 각종 팬시용품의 판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태극문양이 들어간 두건과 망토를 두른 엽기토끼 인형은 휴대전화 액세서리와 자동차 장식용으로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서울 중구 명동 P인형가게 관계자는 “한 손님이 회사동료들에게 선물로 돌리겠다며 준비해둔 100개를 다 사가는 바람에 새로 주문을 해야 했다”며 “오는 손님마다 다들 태극 두건을 두른 인형만 찾는다”고 말했다.
얼굴에 문질러 간단하게 부착하는 태극문양 스티커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특히 한국 축구팀의 경기가 있는 날에는 순식간에 동이 날 정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이슈팬시점 직원 한명기씨(28)는 “폴란드와의 경기가 있은 4일 순식간에 스티커가 다 팔렸으며 이후에도 이 스티커를 찾는 손님이 줄을 이었지만 없어서 못 팔았다”고 말했다.
그는 “10일 미국전을 치르기 전까지는 물건이 도착할 수 있도록 넉넉하게 주문해 놓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노래방에는 윤도현밴드가 부른 ‘붉은 악마’ 응원가 ‘아리랑’이 최신 인기곡으로 자리잡았다.
회사원 김주용씨(25)는 “우리 민요인 데다 노래가 힘있고 경쾌해서 좋다”며 “우리 대표팀의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즐겨 부른다”고 말했다.
신촌 와우노래방 직원 송창훈씨(24)는 “저녁 때가 되면 이방 저방에서 아리랑이 울려 퍼진다”며 “손님들이 기분이 좋아지면 1순위로 찾는 노래”라고 설명했다.
전통악기전문점에도 응원에 사용하기 위해 북 소고 꽹과리 등을 찾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전통악기전문점 연악사의 김종민 사장(34)은 “평소에는 외국관광객이 북 소고 꽹과리 등을 많이 찾는데 요즘 들어서는 한국 젊은이들도 많이 찾아 매출이 1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최근 초등학교에서도 북 소고 등을 이용해 수업을 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