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25분 멕시코의 펠리페 라모스 주심이 레드카드를 뽑아들자 프랑스 응원단석에서는 탄식 소리가 흘러나왔다. 프랑스 공격의 핵 티에리 앙리가 거친 태클로 퇴장당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진 것.
앙리는 개막전 패배로 벼랑 끝에 몰린 팀을 구하기 위해 이날 삭발 투지를 보였으나 한 순간의 위험한 플레이로 팀을 위기에 빠뜨렸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던 중 자신의 볼이 우루과이 마르셀로 로메로에게 굴러가자 다리를 높이 든 것이 화근이었다.
경기 초반만 해도 프랑스는 개막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네딘 지단이 부상으로 빠졌지만 ‘지휘자’ 없는 ‘예술축구’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선수들은 투지가 넘쳤고 몸동작도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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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필더부터 강한 압박 플레이를 펼치며 주도권을 잡은 프랑스는 전반 5분 실뱅 빌토르의 예리한 문전 크로스를 시작으로 공격의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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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필드부터 강한 압박 플레이를 펼치며 주도권을 잡은 프랑스는 초반 공격의 고삐를 바짝 죄기 시작했다. 그러나 앙리의 퇴장은 프랑스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고 말았다.
프랑스는 10 대 11의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공세를 늦추지 않았지만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원톱 다비드 트레제게가 볼을 잡으면 우루과이 수비수 2, 3명이 에워쌌고 문전 패스는 번번이 상대 수비수의 발에 걸렸다. 35분 에마뉘엘 프티가 왼발로 감아찬 절묘한 문전 프리킥이 오른쪽 포스트를 맞는 불운도 겹쳤다.
후반 초반은 수적 우세를 앞세운 우루과이의 반격 양상. 우루과이는 7분 플레이메이커 알바로 레코바가 왼쪽 문전에서 잇달아 슈팅을 날렸으나 프랑스 골키퍼 파비앵 바르테즈에 막혀 선취골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레코바는 1분 뒤 바르테즈가 골문을 비운 사이 왼발 슛을 날렸으나 볼은 바깥 그물에 걸리고 말았다.
첫 승에 대한 갈증은 프랑스 쪽이 더 컸기 때문일까. 후반 초반 몇 차례 위기를 넘긴 프랑스는 21분 트레제게의 문전 슈팅을 신호탄으로 사력을 다해 파상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프랑스 군단이 예술축구를 펼치기에는 수도 부족했고 마음도 다급했다.
프랑스는 경기 종료 10분 전 체력이 떨어진 트레제게 대신 신예 골잡이 지브릴 시세를 투입하며 마지막 한 방을 노렸으나 끝내 우루과이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프랑스는 세계 최강… 아직 희망은 있다”
▽로제 르메르 프랑스 감독〓아직 희망은 있다. 덴마크와의 마지막 경기만 잘하면 2회전 진출은 아직도 가능하다. 지단은 오늘 경기에 나서기에는 아직 일러 후보명단에서 뺐다. 앙리의 퇴장으로 10명밖에 안되는 수로 잘 싸웠다. 10명이 경기하기란 항상 힘들다. 만약에 부상자라도 나온다면 9명으로밖에 싸울 수 없어 선수교체도 조심스러웠다. 바르테즈가 없었다면 우루과이에 점수를 내줄 수도 있었다. 자신있게 말하건대 프랑스팀의 실력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다. 지단은 조금씩 부상에서 회복해 훈련도 시작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빨리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부산〓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