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시내 곳곳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과 카페 등에서 대 우루과이전을 관람하던 파리 시민들은 이번 경기에 질 경우 탈락하는 자국 팀이 전반전이 끝나도록 선취골을 넣지 못하자 발을 동동 굴렀다.
특히 경기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공격수인 티에리 앙리 선수가 반칙으로 퇴장당하자 크게 우려하는 모습. 경기를 보던 프랑스인 가운데는 “우루과이와 같은 중남미 출신인 멕시코 심판이 편파 판정을 한다”는 불만의 소리가 터져나왔다.
경기를 중계하던 TF1 TV 아나운서도 심판이 우루과이의 교묘한 반칙을 충분한 제재하지 않는다며 “매우 이상한 심판”이라고 비난. 시민들은 “지단”을 연호하며 지네딘 지단이 출장해 경기 흐름을 바꿔 놓기를 학수고대했다.
앞서 프랑스 언론들은 이날 우루과이와의 결전이 프랑스팀의 명운(命運)을 결정할 것이라며 시시각각으로 한국에 있는 프랑스팀의 근황을 소개.
일간 르피가로는 프랑스 대표팀을 지칭하는 ‘레 블뢰(Les Bleus)’가 “모두 잃거나 두 배로 먹는 게임을 앞두고 있다”면서 “모든 사람이 우리의 승리를 기대하는 만큼 우리는 승리할 수밖에 없다”는 프랑스팀 주장 마르셀 드자이의 확신에 찬 인터뷰를 내보냈다.
그러나 축구팬들은 이날 앞서 열린 덴마크 대 세네갈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면서 프랑스와 같은 A조에 속한 두 나라가 모두 승점 4점으로 앞서 나가자 크게 걱정했다.
이날 오전 덴마크-세네갈 경기부터 프랑스 전역은 사실상 철시 상태였다. 9일 실시되는 프랑스 총선 1차투표에 대한 관심도 월드컵 열기에 묻혀버렸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국민은 우리 팀이 우루과이와의 2차전 이후 계속 승전보를 보내올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업무시간 중이지만 우루과이와의 경기를 지켜볼 것”이라며 프랑스팀을 격려.
○…우루과이 국민은 저녁 사교활동이 밤늦게까지 이어져 비교적 아침 활동 시간이 늦게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36년 만에 프랑스팀과 ‘벼랑 끝 한판 승부’를 펼치는 자국 팀을 응원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텔레비전 앞에 모여 열렬히 응원.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 위치한 국영무역투자진흥기관에 근무하는 아날리아 블리오(29·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기가 중계되는 2시간 동안은 우루과이 전역의 업무가 마비된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동료들과 함께 모여 텔레비전 앞에서 전화업무만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우루과이 국민은 70년 소련에 2-0으로 승리한 이후 유럽팀에 단 한 차례도 이기지 못한 우루과이팀이 이번에는 징크스를 깨주기를 기원하는 모습. 양팀이 상대편의 높은 골문을 넘지 못한 채 0-0으로 전반전이 끝난 뒤 시민들은 “우루과이팀이 이길 것, 우리가 베스트!”를 연발.
○…독일은 5일 아일랜드와의 경기에서 막판 동점골을 허용해 16강 진출을 확정짓지 못하자 아쉬워하는 분위기. 축구팬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첫 경기에서 8 대 0으로 대승을 거둔 자국 팀이 아일랜드를 물리치고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굳힐 것으로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모습.
시사주간지 슈피겔 온라인은 독일팀의 골게터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사우디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데 이어 1골을 추가해 득점 랭킹 1위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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