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한국사람이 아닌 외국인의 인기가 이렇게 높았던 적이 있었던가. 아니 한국인 중에서도 이런 인기를 누린 사람은 흔치 않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다. 인터넷에는 그의 팬사이트가 만들어졌다. “히딩크 한국인 만들기 조직위원회를 설립하자”는 제안이 나오고 “귀화시키자”는 주장도 등장했다.
지금 한국인들은 축구에서 감독의 힘이 대단하다는 사실에 놀라고,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에 다시 놀라고 있다. 1년전 유럽팀에 0 대 5로 졌던 팀이 폴란드에 완승을 거둘 줄이야.
한국인들은 이렇게 달라진 데 대해 찬사를 보내면서 그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특히 기업 경영자들에겐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는 이제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다.
한국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이 있다. 윗사람이 잘해야 아랫사람도 따라서 잘하게 된다는 뜻이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속담이 옳다는 것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5년 전 외환위기가 발생한 후 한국의 많은 대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넘어갔고 외국인 CEO들이 경영을 맡고 있다. 새로운 경영기법으로 한국의 기업문화를 바꾸어 가고 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만큼 경영자의 역할을 극적으로 보여준 이는 드물다.
CEO는 고독하다고 한다. 누구하고도 상의할 수 없는 일을 홀로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 대표팀 감독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외롭지 않다. 많은 한국인들이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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