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공격수인 ‘황제’ 알렉산드리 모스토보이가 부상으로 뛰지 못하게 된 러시아팀이지만 ‘비밀병기’ 이즈마일로프가 있어 든든하다.
벨기에 러시아 튀니지아와 함께 H조에 속한 일본은 1무를 기록하고 있어 9일 러시아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큰 부담감을 안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제2의 러일전쟁’이란 용어까지 써가며 필승을 외치고 있다.
5일 튀니지아전에서 이즈마일로프의 활약상을 목격한 일본 축구전문가들은 누구보다 그를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문자 그대로 ‘종횡무진’. 그의 움직임은 종으로만 아니라 횡으로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지역방어개념인 일본팀 방어시스템으로는 그를 따라잡기 어렵다. 그만큼 일본 수비진에게는 곤혹스런 존재가 이즈마일로프.
1m72, 66㎏으로 축구선수치고는 큰 체구가 아니지만 다이내믹한 운동량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같은 엄청난 운동량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 ‘코 성형수술’ 때문이라고 일본의 한 스포츠 전문가는 분석했다. 패션모델에 등장하는 미남자가 되려 한 것이 아니었다.
올해 1월 그는 코의 안, 숨길이 통과하는 비강(鼻腔)을 넓히는 수술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해 산소섭취량이 증가하고 당연히 운동능력도 좋아졌다는 것. 운동선수 가운데는 비강을 넓게 하는 수술을 간혹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언론보도를 인용해 일본의 한 신문은 그가 수술 후 “수술을 잘됐다고 하지만 매우 힘들었다. 수술후 열도 많이 나 기분이 상당히 언짢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그러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탁월한 테크닉을 갖춘 그가, 비록 수술 덕택만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하지만 운동능력이 크게 늘었으니 이는 범에다 날개를 달아놓은 격.
중요한 1차리그 첫경기인 튀니지전에서 그는 모스토보이가 빠진 러시아 팀을 이끌었다.
그는 항상 공격의 출발점이 되었으며 방어전선에 서면 상대방 공격의 흐름을 툭툭 끊어놓았다. 한번 공을 잡으면 발에 공이 묶여 있는 듯 정확한 드리블로 적진을 돌파해 발레리 카르핀 등 최전방 공격수에게 틀림없이 연결해주었다. 드리블을 할 때도 볼의 중심이 항상 낮게 깔리기 때문에 패스미스도 잘 나오지 않았다.
일본 언론은 그를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당찬 승부사”라고 평하면서 일본팀 최대의 위협적인 존재로 경계하고 있다.
뛰어난 드리블과 정확한 패스, 지칠줄 모르는 체력 등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다. 그래서 붙여진 닉네임이 ‘넥스트 원더보이’.
모스토보이에 이어 러시아팀을 이끌어갈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는 이즈마일로프는 9일 오후 8시반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경기에 선발로 출전할 전망이다.
요코하마〓조헌주기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