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존스 주한美상의회장 한미戰 소망

  • 입력 2002년 6월 9일 22시 23분


한국의 월드컵 16강 진출 여부를 사실상 결정지을 운명의 한미전을 앞두고 젊은이들 사이의 반미(反美) 기류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미전을 앞두고 9일 제프리 존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48·사진)을 만나 축구 이야기를 나누며 일부 젊은 층의 반미감정 등에 대한 소회를 들어봤다. 대표적인 친한파 미국인으로 스스로 한국인이라 칭하기도 하는 그는 흥분과 설렘 속에서 한국과 미국전을 기다려왔다고 밝혔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한국을 ‘우리나라’, 한국팀을 ‘우리 팀’이라고 불렀다.

3년째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한국 여성과 결혼한 뒤 지난해 아들을 얻었으며 ‘나는 한국이 두렵다’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전에 대한 전망과 개인적인 희망은….

“솔직히 월드컵에서 한국과 미국이 같은 조에 속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이 너무 잘하고 있다. 마음 속으로는 미국전에서 진짜 한국이 이겼으면 하지만 내가 미국 사람이니까 겉으로 드러내 말할 수는 없다. 어느 팀이 이기든 두 나라가 나란히 16강에 올랐으면 좋겠다.”

-국내에 있는 미국 기업인들이 응원단을 구성하는가.

“한미경제협회에 소속된 한국과 미국의 회원 30명 정도가 대구로 응원을 간다. 여기에는 하와이주지사 등 미국의 현직 주지사 2명이 포함돼 있다. 한국에 있는 미국 기업인을 모아 별도로 응원단을 구성하지는 않았다.”

-국내에 있는 미국인들이 이번 경기에 대해 갖는 관심도는.

“5일 수원에서 열린 미국-포르투갈전도 보러 갔다. 미국 응원단이 굉장히 많이 와 놀랐다. 월드컵을 보기 위해 한국에 온 사람들 같았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도 유럽 수준 못지않게 성장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볼 때 과거에 한국 선수들은 다른 나라와 경기할 때 자신감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신 있게 잘해 나가고 있고 조직력도 굉장히 강하다. 우리 팀에 스타가 몇 명 있긴 하지만 조직적으로 움직이니까 대단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 국민들, 특히 붉은 악마의 열렬한 응원에 대해 무엇을 느끼는가.

“열렬한 응원은 우리 팀(한국팀)에 큰 힘이 됐다. 개최국은 언제나 홈의 이점이 있는데 여기에 우리나라(한국)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밀어 대표팀이 큰 자신감을 갖게 됐다. 반면 우리의 응원은 경쟁팀들에겐 무서운 일이다.”

-스포츠와 국가간 관계는 별개이지만 승패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한미 양국간의 우호관계에 부작용을 낳지는 않을까?

“그런 것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지난번에 폴란드를 이겼을 때 붉은 악마나 국민들이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정열적으로 응원을 계속했지만 위험 수위를 넘지는 않았다. 한미전도 지난번처럼 질서 있게 하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일부 젊은 층에서 반미감정이 확산되고 있는데….

“반미감정이 있긴 하지만 일시적인 것이다. 미국 제품을 좋아하고 미국에서 교육받기를 선호하며 외국 회사에 직장을 얻으면 기뻐하는 것도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보면 경제와 국방 등의 분야에서 항상 미국과 협조하는 게 우리에게 유익하다.”

-당신은 한국을 잘 이해하는 미국인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젊은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미국의 입장은….

“먼저 미국이 항상 한국의 친구이고 미국과 한국은 굉장히 특별한 관계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미국 사람들은 한국 사람을 존경하고 높이 평가한다. 미국이 통상 문제로 제일 많이 싸우는 나라는 말과 문화가 같은 캐나다다. 현재는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므로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미국과 같은 친구를 갖고 있으면 좋다. 젊은이들은 좋은 친구를 버리지 말고 항상 유익한 방향으로 이용해야 한다.”

-이번 월드컵 이후 한국 경제의 전망은.

“먼저 해외 언론들이 한국에 대해 굉장히 좋게 얘기한다. 한국이 4년 전 외환위기로 거의 파산 상태에 빠졌다가 다시 일어난 것에 대해 외국인들이 모두 놀라고 있다. 또 월드컵으로 국가의 이미지도 크게 올라갔다. 지난달 말 열린 ‘2002 서울 투자포럼’에서도 한국이 동북아의 허브(중심축)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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