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을 통해 한국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물론 대한해협 너머의 우리 친구들은 이미 최고 수준의 삶의 질과 나름의 역사적 자부심까지 갖고 있기 때문에 굳이 무언가를 자랑해야 한다는 강박증은 없을 것이다. 개막 직전까지 한반도에 비해 일본열도의 월드컵 열기가 다소 시들했다는 보도는 이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서울올림픽을 통해 우리는 지도 속에 존재했던 나라 이름을 세계사 속에 편입시켰다. 이번에는 월드컵이다. 역사의 고비마다 늘 그랬듯이 이 지점에서 현실론자와 이상론자는 사용하는 단어조차 다르다.
현실론자는 이 기회에 한국의 경제수준과 관광자원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리 있는 말이며 그 현실적 계산으로 한국인의 경제적 삶은 좀 더 발전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해 나는 월드컵의 ‘경제적 효과’에만 집중하는 움직임에 반대한다.
말하자면 우리는 ‘비경제적 영역’에서 세계인과 나눌 얘기가 너무 많은 민족이다. 우리의 근대사는 주변 열강의 힘 겨루기로 많은 시달림을 받았다. 현대사는 국토가 분단된 상태에서 끔찍한 내전으로 시작되었다. 그 탓에 자연과 이웃을 먼저 생각했던 한국인의 맑고 고운 심성은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렸으며 오랜 군사독재로 서로 으르렁대는 험악한 체험까지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겨냈다.
이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한국인은 민주화를 이뤘으며 가난의 설움도 극복했다. 자유와 민주에 대한 열망, 그리고 삶의 질을 고양시키기 위한 공동체의 노력. 이는 세계인 누구나 꿈꾸는 가치들이며 그 가치를 위해 지금도 지구의 곳곳에서는 내전과 대립을 넘어 화해와 발전으로 전진하려는 드라마가 매일 펼쳐지고 있다. 우리는 그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세계인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다.
정윤수 스포츠칼럼니스트prague@naver.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