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빅매치’로 불린 이번 타이틀매치는 4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를 발표하는 1월의 기자회견 도중 두 선수가 난투극을 벌이는 바람에 우여곡절 끝에 경기가 지연됐고 장소도 바뀌었다.
“루이스는 1월 기자회견장에서 죽어야 했다” “타이슨은 멍청하다”는 등 두 선수는 경기직전까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상대방을 헐뜯어 AP 등 외국 통신사들이 ‘10대들처럼 싸운다’고 비판할 정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1만5000석의 좌석이 완전 매진된 채 혹시나 일어날지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해 수많은 경비요원이 경기장을 에워싼 채 열린 이번 경기에서 1m95의 큰 키를 이용한 루이스가 초반부터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1m80의 타이슨은 루이스의 안쪽을 파고들며 왼손 훅으로 안면공격을 노렸으나 루이스는 날카로운 잽으로 타이슨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루이스는 8회 잇단 어퍼컷으로 타이슨을 궁지에 몰아넣은 뒤 강력한 오른손 훅을 타이슨의 턱에 명중시켜 다운을 빼앗았다. 타이슨은 눈가와 코에서 피를 흘리면서 코너에 쓰러진 뒤 다시 일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카운트 아웃되고 말았다.
기나긴 설전 끝에 최후의 승자가 된 루이스는 “지구상에서 누가 가장 권투를 잘하는지 모든 사람이 알게됐을 것”이라고 의기양양했다. 타이슨은 “루이스는 정말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고 상대방을 칭찬해 외신들로부터 일제히 뜻밖이라는 반응을 얻었다. 두 선수는 이번 타이틀매치로 각각 2000만달러(약 250억원)의 대전료를 받았으며 루이스는 40승1무2패 31KO, 타이슨은 49승4패 43KO를 기록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