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세의 노장이 뛰기에는 좋지 않은 조건이었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은 황선홍(34·가시와 레이솔)을 스타팅 멤버로 출전시켰다. 출전이 불투명했던 황선홍이 선발 출전 선수로 소개되자 6만여 관중은 가장 큰 환호성으로 그를 반겼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황선홍은 폭넓은 시야와 자로 잰 듯한 패스로 좌우 날개 설기현과 박지성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주며 공격을 주도했다. 전반 2분 박지성의 패스를 받은 황선홍은 180도 돌아서며 왼쪽에 있던 설기현에게 패스해 골키퍼와 1 대 1로 맞서는 기회를 만들어냈다.
전반 22분 황선홍은 프랭키 헤지덕과 공중볼을 다투다 오른쪽 눈위가 찢어져 피를 흘리며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안정환이 교체 투입될 준비를 했지만 황선홍은 계속 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98년 프랑스월드컵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수비수 이임생이 그랬던 것처럼 머리에 붕대를 감고 경기장에 다시 들어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놀림은 더욱 가벼워졌다. 전반 40분에는 문전으로 파고들다 제프 어구스가 뒤에서 잡아 당겨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월드컵 후 대표팀 은퇴라는 배수진을 친 황선홍은 후반 10분 안정환과 교체될 때까지 정신력과 A매치 99경기 출전의 관록으로 부족한 훈련량을 메우며 ‘불꽃 투혼’을 발휘했다.
대구〓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