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4 패배라니…” 바르샤바 허탈

  • 입력 2002년 6월 11일 00시 53분


폴란드 대표팀이 포르투갈에 0-4로 참패하자 폴란드 응원단원들이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AP]
폴란드 대표팀이 포르투갈에 0-4로 참패하자 폴란드 응원단원들이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AP]

○…10일은 문자 그대로 ‘포르투갈의 날’이었다. 공교롭게도 ‘포르투갈의 날’이라는 자국 공휴일을 맞아 탈락 위기까지 몰렸던 포르투갈팀이 폴란드를 4-0으로 물리치며 대승을 거뒀기 때문.

4강 이상을 기대했던 포르투갈 국민은 첫 게임에서 미국에 어처구니없는 패배를 당하자 폴란드 전까지 걱정했었다. 휴일을 맞아 리스본의 엑스포 전시장과 쇼핑몰 등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대 폴란드 전을 관람했던 시민들은 경기가 끝나자 “이제야 제 실력이 돌아 왔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국에 예상 밖의 허를 찔린 뒤 포르투갈 내에서는 “첫 게임이라 몸이 무거웠다” “선수 기용이 잘못됐다”는 등 갑론을박이 분분했었다.

축구팬들은 한국이 급성장했으나 아직은 세계 정상급인 자국팀에 비해 한수 아래라고 평가하는 분위기. 그러나 일부 국민은 66년 영국 월드컵 8강전에서 박두익을 앞세운 북한에 전반전 0-3까지 밀렸던 기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주 포르투갈 한국 대사관(대사 최경보·崔京甫) 이창수(李昌洙) 서기관은 “한-포 전이 벌어지는 14일 대사관저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교민 대표와 외교사절, 현지 언론 등을 초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사관 측은 14일 경기가 양국 모두 사활을 건 싸움인 만큼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불미스러운 일을 우려하기도 했다.

○…폴란드는 침묵했다. 한국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데다 포르투갈에 4점이나 내주며 대패하자 바르샤바 시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를 중계하던 TV 폴란드 방송 아나운서는 풀 죽은 목소리로 “0 대 4라는 스코어는 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브라질에 내준 이후 처음”이라며 “앞으로 4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주 폴란드 한국 대사관(대사 송민순·宋旻淳) 관계자는 “포르투갈이 유럽의 강호라 축구팬들이 한국전 패배 때처럼 충격을 받은 것 같지는 않다”면서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대했다가 탈락이 확정되자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전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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