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여신은 가슴에 열렬한 응원문구까지 새겨넣은 한일월드컵 프랑스팀 ‘여인들’의 간절한 호소를 차갑게 외면했다.
11일 프랑스와 덴마크의 경기가 열린 인천 문학구장 VIP석에서는 다비드 트레제게 선수의 아내 베아트리스 등 10여명의 프랑스 선수 아내와 연인이 경기를 지켜봤다.
이들은 덴마크팀의 득점 순간 영어로 “오 마이 갓”이라고 비명을 질렀고, 프랑스팀이 쏜 공이 포스트를 맞고 튀어나오거나 바를 비켜갈 때마다 손으로 입을 가리며 신음했다. 경기가 끝난 후 유난히 눈물을 많이 흘린 여성은 예선전 내내 여러 차례 골 찬스를 놓친 트레제게 선수의 아내 베아트리스.
그러나 이들은 이내 부둥켜 안고 “우리 팀은 최선을 다했다”며 서로를 위로했다.
프랑스팀이 공식 동반한 이들 여성 16명은 이날 오전 11시45분부터 30분간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 뷔페식당에서 우유를 넣은 홍차, 샐러드 등으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이들의 테이블은 긴장 탓인지 예전보다 한층 조용해진 모습이었다. 점심식사를 마치자마자 이들은 서둘러 버스에 올랐다.
지난달 29일 내한한 이후 줄곧 미모와 패션으로 눈길을 끌어온 이들은 이날 호텔에서 경기장으로 떠날 때도 베아트리스와 지난 경기에서 레드카드를 받아 결장한 티에리 앙리 선수의 연인 클레르 등은 자기 ‘남자’의 등번호가 새겨진 배꼽티에, 골반에 걸쳐 입는 로 라이즈 팬츠 등을 걸친 경쾌한 ‘치어걸’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행운을 빈다”는 주위의 격려에도 대부분 눈인사만 건넬 뿐 표정은 무거웠다. 프랑크 르뵈프 선수의 아내 베티는 기자가 소감을 묻자 떨리는 손을 가슴에 올려놓으며 “지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오늘 꼭 이겨야 할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특히 클레르는 “인터뷰나 사진 촬영은 절대로 안 된다” 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원정 내조’가 물거품이 돼버린 11일 이들 대부분은 13일로 잡고 있던 출국일을 12일로 앞당겼다. ‘남자들’과는 따로 떠날 예정이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