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 “피구,넌 내가 맡는다”

  • 입력 2002년 6월 13일 23시 29분


“루이스 피구, 기다려라 내가 간다.”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프랑스), 잉글랜드의 폴 스콜스, 미국의 클라우디오 레이나 등 내로라 하는 특급 미드필더를 꽁꽁 묶은 ‘투지의 화신’ 김남일(25)이 14일 포르투갈전에서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꼽히는 포르투갈 공격의 ‘뇌관’ 피구와 맞대결을 벌인다.

한국팀의 공수 연결축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서는 김남일은 포르투갈의 기둥인 피구를 전담 마크하는, 실로 중대한 임무를 맡는다.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는 피구는 위치만 놓고 보면 김남일의 맞대결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피구가 위치를 끊임없이 옮겨다니며 최전방에 위치한 골잡이 파울레타에게 볼을 배급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이날 ‘중원’에서 김남일과의 잦은 충돌이 불가피하다.

프랑스가 지단의 팀이라면 포르투갈은 피구의 팀이라고 할 정도로 피구는 포르투갈 전력의 핵. 피구가 별다른 활약을 못했던 미국전에서 고전한 포르투갈이 피구가 살아난 폴란드전에서 4골을 몰아넣은 것은 피구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 단적인 예다.

한국이 피구-파울레타-콘세이상으로 이어지는 포르투갈 공격의 ‘삼각 편대’를 막기 위해서는 중앙 미드필더들의 강한 압박으로 이들에게 가는 패스를 사전에 끊어야 한다.

거스 히딩크 한국 감독은 포르투갈전에서 지난달 잉글랜드, 프랑스전 때처럼 체력과 몸싸움 능력을 겸비한 김남일, 유상철, 이영표(박지성) 등으로 ‘2중 허리’를 구축할 예정인데 그 중심에 바로 김남일이 자리한다.

김남일은 잉글랜드, 프랑스와의 평가전과 이후 월드컵 본선에서 폴란드, 미국을 상대하면서 상대 미드필더들을 강하게 압박해 상대팀들로부터 ‘기피 인물 1호’로 꼽힌 선수. 히딩크 감독은 김남일이 볼이든 사람이든 놓치지 않는다고 해 ‘진공 청소기’라는 별명을 붙여줬을 정도. 김남일은 상대 패스의 길목을 차단하는 한편 공중볼 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아 포르투갈전과의 결전에서 한국 승리의 ‘숨은 주역’이 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인천〓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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