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탈리아 ‘빗장’은 없었다

  • 입력 2002년 6월 14일 18시 33분


이탈리아-크로아티아전에서 크로아티아 밀란 라파이치가 이탈리아 수비진을 뚫고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이탈리아-크로아티아전에서 크로아티아 밀란 라파이치가 이탈리아 수비진을 뚫고 결승골을 터뜨린 뒤 기뻐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이탈리아의 빗장 수비, ‘카테나치오’는 정확한 유래를 찾기는 어렵지만 1950년대 인터 밀란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당시 인터 밀란의 감독이었던 엘레니오 에레라는 카테나치오를 이탈리아 고유의 축구 스타일로 발전시켰고, 이후 ‘아주리 군단’은 세계에서 가장 튼튼한 수비를 자랑하는 팀이 됐다.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는 곧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갔지만 어느 팀도 이탈리아같은 플레이를 펼치지는 못했다.

사실 카테나치오는 수비 라인 뒤쪽에 최종 수비수 즉, 스위퍼를 따로 두는 수비 전술을 일컫는 말이어서 포 백이 포진하는 지금의 수비 형태와는 구별된다. 이탈리아가 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 득점왕 파울로 로시 못지않은 활약을 했던 선수가지아친토 시레아라는 걸출한 스위퍼였다.

이탈리아는 여전히 ‘카테나치오’의 팀으로 불린다. 카테나치는 자물쇠라는 뜻. 스위퍼 시스템이건, 포 백 시스템이건 이탈리아의 수비는 세계 최고로 평가받았다. 이탈리아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 후보로 꼽혔던 것도 전통적인 강한 수비력과 함께 크리스티안 비에리, 필리포 인차기, 알렉산드로 델피에로 등 재능있는 스트라이커와 플레이메이커 프란체스코 토티등 ‘3박자’를 모두 갖췄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는 실종됐다. 에콰도르와의 첫 경기에서 승리할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크로아티아에게 두 골을 내줬고, 멕시코에도 선제골을 허용했다. 그들이 상대에게 허용한 기회는 더 많았다. 이탈리아의 수비는 급격히 무너졌다.

8일 크로아티아전. 이탈리아의 수비는 대인 마크에서 상대 공격수를 놓쳤다. 14일 멕시코전에서는 마음이 급한 이탈리아는 수비진부터 서둘렀다. 센터 백 알렉산드로 네스타와 파블로 칸나바로는 제 자리를 찾지 못했고, 왼쪽 윙백 파올로 말디니는 공격 일선으로 뛰어나가기에 바빴다.

이번 대회에서 이탈리아는 오히려 공격의 팀이라고 평해야 옳을 듯 하다. 허점을 드러낸 이탈리아의 수비는 그 동안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보여준 현란한 발재간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시즈오카〓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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