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카테나치오는 수비 라인 뒤쪽에 최종 수비수 즉, 스위퍼를 따로 두는 수비 전술을 일컫는 말이어서 포 백이 포진하는 지금의 수비 형태와는 구별된다. 이탈리아가 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을 때 득점왕 파울로 로시 못지않은 활약을 했던 선수가지아친토 시레아라는 걸출한 스위퍼였다.
이탈리아는 여전히 ‘카테나치오’의 팀으로 불린다. 카테나치는 자물쇠라는 뜻. 스위퍼 시스템이건, 포 백 시스템이건 이탈리아의 수비는 세계 최고로 평가받았다. 이탈리아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 후보로 꼽혔던 것도 전통적인 강한 수비력과 함께 크리스티안 비에리, 필리포 인차기, 알렉산드로 델피에로 등 재능있는 스트라이커와 플레이메이커 프란체스코 토티등 ‘3박자’를 모두 갖췄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는 실종됐다. 에콰도르와의 첫 경기에서 승리할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크로아티아에게 두 골을 내줬고, 멕시코에도 선제골을 허용했다. 그들이 상대에게 허용한 기회는 더 많았다. 이탈리아의 수비는 급격히 무너졌다.
8일 크로아티아전. 이탈리아의 수비는 대인 마크에서 상대 공격수를 놓쳤다. 14일 멕시코전에서는 마음이 급한 이탈리아는 수비진부터 서둘렀다. 센터 백 알렉산드로 네스타와 파블로 칸나바로는 제 자리를 찾지 못했고, 왼쪽 윙백 파올로 말디니는 공격 일선으로 뛰어나가기에 바빴다.
이번 대회에서 이탈리아는 오히려 공격의 팀이라고 평해야 옳을 듯 하다. 허점을 드러낸 이탈리아의 수비는 그 동안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이 보여준 현란한 발재간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시즈오카〓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