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한민국….”
그의 대포알 같은 슛 한 방에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응원한 5만여 팬들은 물론 대한민국 4700만 국민이 함께 열광했고 한반도에서 울려 퍼진 감격의 함성은 지구촌 곳곳을 메아리쳤다.
‘날다람쥐’ 박지성(21·교토 퍼플상가). 후반 25분 이영표의 긴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가슴과 발로 그림같은 트래핑을 선보이며 수비수를 가볍게 따돌린 뒤 왼발슛으로 한국의 사상 첫 16강 진출을 확정하는 골을 터뜨렸다. 한국축구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순간이었다.
박지성은 양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하는 ‘붉은 물결’에 답례하며 벤치에서 그라운드로 달려나오는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뛰어가 감격의 포옹을 했다. 이 순간 “박지성”을 연호하는 함성은 전국으로 메아리쳐 흘러갔다.
10일 미국전 전반 37분 왼쪽 발목을 다쳐 이천수로 교체되는 바람에 이번 경기 출전이 불투명했던 박지성. 히딩크 감독 특유의 ‘연막작전’을 뒤에 업고 스타팅으로 ‘깜짝’ 출전한 그의 몸놀림은 초반부터 심상치 않았다. 그는 공수에서 종횡무진으로 뛰며 한국의 값진 승리를 혼자서 견인했다.
오른쪽 날개로 나선 박지성은 특유의 지칠 줄 모르는 강철 체력을 앞세워 좌우 사이드를 줄기차게 파고들며 활로를 모색했다. 수비 땐 상대 미드필더인 주앙 핀투와 페티트 등에게 악착같이 따라붙어 미연에 볼의 전방 침투를 차단했다. 이 과정에서 박지성은 포르투갈 공격의 핵인 핀투를 그라운드 밖으로 완전히 내몰기도 했다. 박지성의 투지 넘치는 적극적인 몸싸움에 다소 짜증나는 기색을 보이던 핀투가 결국 전반 27분 박지성이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볼을 잡자 쏜살같이 달려들더니 뒤에서 백태클하다 레드카드를 받고 라커룸으로 사라져야했던 것.
수비에서 큰 몫을 한 박지성은 바로 공격에만 치중했다. 오른쪽 사이드를 지키며 미드필드에서 날아오는 볼을 가운데로 찔러주고 다시 돌진해 슛 기회를 찾았다. 그리고 후반 25분 골지역 오른쪽을 파고들던 박지성은 한국축구 역사에 가장 오래 기억될 골을 터뜨려 가슴 졸이며 지켜본 국민에게 큰 기쁨을 안겼다.
인천〓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