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월드컵 공동개최국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16강에 진출, 아시아축구의 신기원을 열어제쳤다.
이날 한일이 모두 승리, 양팀 모두 무패로 16강에 당당히 올라섬으로써 같은 아시아대표로 조별리그에 나서 3전 전패로 탈락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이 당한 수모를 완전히 만회하는 쾌거를 이룬 것.
무엇보다 아시아축구의 맹주를 자처하는 한국과 일본이 보란 듯이 세계에 우뚝 선 것은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을 계기로 자국의 축구 발전과 경기력 향상을 위해 다른 국가들보다 훨씬 오랜기간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를 공동개최한 한국은 16강 염원을 풀기 위해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고 한국 축구를 완전 개조해 찬란한 금자탑을 세웠다. 또 일본 역시 자국내 프로리그 발전에 힘을 쏟는 한편 98년 프랑스대회가 끝난 뒤 필리프 트루시에 감독을 영입해 대표팀을 맡기며 정성을 쏟아 대망을 이뤘다.
한편 한국과 일본이 16강에 오름에 따라 ‘월드컵 개최국은 반드시 16강에 진출한다’는 전통이 이어졌다.
1930년 제1회 월드컵대회 이후 개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역대 개최국 중 94년대회 개최국인 미국이 16강에 머문 것이 최하의 성적이었으며 다른 역대 개최국들은 모두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다.
제1회 월드컵대회 개최국인 우루과이가 우승컵을 차지한 것을 시작으로 34년 이탈리아, 66년 잉글랜드, 74년 서독, 78년 아르헨티나, 98년 프랑스 우승 등 개최국 우승도 6번이나 된다.
이처럼 개최국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중남미의 축구 강국들이 돌아가면서 월드컵을 개최한 영향이 크다. 또 익숙한 경기장과 기후에서 상대를 맞이한데다 홈 관중의 뜨거운 응원이 더해지는 등 홈그라운드의 이점으로 인해 평소 이상의 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개최국들의 선전을 도왔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16강 태극전사 화끈한 뒤풀이
승리가 확정되고 16강의 대망을 이루는 순간 태극전사들과 5만여 관중은 화끈한 ‘뒤풀이’로 16강 진출의 감격을 만끽했다.
경기 종료를 울리는 휘슬이 울리자 그라운드에서 한 무리로 어우러진 선수들은 본부석 왼쪽 골대 뒤편에 자리잡고 있던 붉은 악마 응원단에게 인사한 후 운동장을 돌며 관중들의 환호에 답했다.
선수들이 뛰는 사이 거스 히딩크 감독은 벤치 뒤로 나와 본부석을 향해 특유의 골세리머니인 주먹을 불끈 쥐고 허공을 지르는 ‘어퍼컷’을 연이어 올려 붙이며 기쁨을 나타냈다.관중들이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자 히딩크 감독은 두 손을 입에 댄 후 두 팔을 벌려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운동장을 돌고도 관중들의 환호가 계속되자 선수들은 손을 잡고 일렬로 서서 붉은악마 응원단을 향해 질주한 뒤 그라운드에 다이빙했다. 선수들은 반대쪽 응원단을 향해서도 똑같은 세리머니를 한 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선수들이 빠져나간 뒤에도 붉은악마 응원단은 관중석에 남아 ‘오 필승 코리아’와 ‘대∼한민국’을 외치며 경기장을 떠날 줄 몰랐다.
인천〓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