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56)은 15일 훈련을 마친 뒤 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02월드컵 16강전에서 맞붙을 이탈리아의 조반니 트라파토니 감독(63)에 대해 “여우만큼이나 영리한 감독이다”며 잔뜩 경계하는 눈초리를 보였다.
‘그라운드의 여우’로 정평이 나 있는 히딩크 감독마저 ‘여우’로 평가하는 트라파토니 감독. 과연 어떤 스타일이기에 히딩크 감독의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것일까. 그만큼 이번 16강전은 양팀 감독이 벌이는 지략 대결이 팬들의 관심을 사로잡고 있다.
히딩크 감독과 트라파토니 감독은 많은 면에서 비슷하다. 먼저 둘은 세계적 명장이다. 82년 네덜란드의 그라프샤프에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히딩크 감독은 2년 뒤에는 네덜란드의 명문 PSV아인트호벤으로 옮겨 네덜란드 리그를 제패한 것을 시작으로 3시즌 연속 우승트로피를 차지하면서 축구계에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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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네덜란드대표팀을 맡아 96년유럽선수권대회에서 8강, 98년프랑스월드컵대회에서는 4강까지 진출시켰다. 그리고 이번엔 한국을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16강에 올려놓았다.
‘이름값’에선 트라파토니 감독이 앞선다. 73년 AC밀란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뒤 리그 우승 7회, 컵 대회 제패 2회를 기록했으며 유럽 3대 컵(챔피언스컵, 컵위너스컵, UEFA컵)을 석권했다. 유벤투스, 인터밀란, 바이에른 뮌헨, 피오렌티나 등 유럽의 명문클럽을 두루 지도하다 유로2000 이후 이탈리아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고도의 신경전까지 펼치는 점도 비슷하다. ‘영리한 여우’로 불리는 히딩크 감독은 ‘우물안 개구리’였던 한국을 한치의 오차 없는 전략전술로 1년반 만에 세계무대에서도 통하는 팀으로 만들어 놓았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상대를 무너뜨리기 위한 ‘연막전술’을 펼치며 한국을 16강에 올려놓았다.
‘늙은 여우’ 트라파토니 감독은 신중하기로 유명하다. 경기마다 몇 가지 트릭을 준비해두고 있다 갑자기 상대를 곤혹스럽게 한다. 오죽하면 이탈리아 축구전문가들조차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용병술에 머리가 아프다”라고까지 말할 정도다.
선수를 다루는 ‘노하우’가 뛰어나다는 것도 닮은 점. 히딩크 감독은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선수를 선발한 뒤 ‘주전경쟁’이란 명목으로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훈련하게 만들었다. 트라파토니 감독은 마테우스, 클린스만(이상 인터밀란), 플라티니, 디노 조프, 로시(이상 유벤투스) 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을 한 팀에서 잘 조화시켜 팀을 최강으로 만들었다.
대전〓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