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5번째 키커인 멘디에타 선수가 8강전 진출을 굳히는 승부차기를 성공시키자 온 나라가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졌다.
마드리드 시민들은 대낮인데도 폭죽을 터뜨리며 시벨리우스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주 스페인 한국대사관 김계득 영사는 “일요일이라 집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봤는데 멘디에타 선수의 승부차기가 들어가자 지축을 흔드는 듯한 함성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축구팬들은 B조 예선에서 파죽의 3연승으로 올라온 자국팀이 객관적 전력이 한 수 아래인 아일랜드를 가볍게 딛고 갈 줄 알았다. 그러나 후반전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한 데 이어 연장전에서 아일랜드에 체력이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결국 승부차기에서 아일랜드를 제치자 가슴을 쓸어내렸다.한국-이탈리아전의 승자와 8강전을 벌이게 돼 있는 스페인에서는 “의외로 한국과 붙게 될지 모른다는 얘기가 번지고 있다”고 김 영사는 전했다. 월드컵 중계방송을 하는 ‘안테나 3’ TV도 대표선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실력이 놀라울 정도로 향상됐다”며 “한국과의 경기에 대비해야 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0…스웨덴과의 경기가 시작되는 오전 6시반부터 텅 비었던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 시내는 연장전에서 세네갈의 앙리 카마라 선수가 ‘골든 골’을 넣으며 경기를 끝내자 한바탕 뒤집어졌다.
다카르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월드컵 첫 출전에 8강전까지 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열광했다. 시내 ‘독립 광장’은 하루 종일 춤추고 노래하는 인파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으며 광장 주변은 자동차 한 대에 10여명이 올라탄 채 경적을 울리는 등 수백대의 차량들로 둘러싸였다.
개막전부터 식민 종주국이던 프랑스를 물리친 데 이어 아프리카 팀으로선 유일하게 16강에 진출, 환희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세네갈인들은 “오늘의 승리는 아프리카의 영광”이라고 흥분했다.
대표팀 복장으로 세네갈 국기를 걸친 다카르 시민 가운데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축구팬들은 “‘테랑가의 사자들(대표팀을 지칭)’이 이번 월드컵에서 무슨 일을 낼지 모른다”며 “(다음에 맞붙게 돼 있는) 일본이든 터키든 얼마든지 오라”고 자신만만한 모습. 한 축구팬은 오늘 승리를 이끈 카마라 선수에게는 엄청나게 많은 포상금을 줘야 한다”며 웃었다. 일부 시민은 세네갈 국기를 뒤집어 쓴 채 일요 예배가 진행되는 교회에 뛰어 들어 감사기도를 올렸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