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15분 전이야. 알고 있지?" 내근 데스크의 다급한 전화는 이날도 어김이 없었다. 전광판의 남은 시간도 15분…. 또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할 시간이다.
14일 밤 10시경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 한국과 포르투갈의 월드컵 D조예선 마지막 경기가 종지부를 향해 치달으면서 본부석 왼쪽에 자리잡은 본보 취재기자들의 호흡도 100m를 전력질주하는 스프린터처럼 가빠졌다.
지방 배달판인 40판 마감시간이 축구 경기가 끝나는 시간과 겹쳐 늘 치르는 홍역이지만 이날은 한국의 사상 첫 월드컵 16강이 확정된 만큼 어느때보다 쏟아내야 할 기사량이 많았다.
일사천리로 기사를 써내려 가던 경기 상보 담당은 경기 종료 직전 관중석에서 환호성이 터질 때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신경을 곤두세운다. 추가골이 터지거나 상황이 달라지면 마감이 임박한 상황에서 기사를 통째로 다시 써야 하기 때문이다.
킥오프 휘슬이 울린 순간부터 선수들의 움직임을 면밀히 체크, '오늘의 스타'를 써야하는 기자들도 긴장하긴 마찬가지. 추가골을 넣거나 결정적인 위기를 막아내 한국의 승리를 굳힌 선수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나면 5분 대기조가 전력 질주하듯 지하 믹스드존으로 뛰쳐 내려간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지나가는 통로에 대기하고 있다가 미니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곳이다. 국내외 수십명의 기자가 이 선수, 저 선수를 붙들고 한마디라도 더 들으려는 전쟁을 치르는데 좋은 위치를 확보하는게 중요하다. 하지만 번번이 소득보다는 좌절이 큰 곳이기도 하다. 한국 선수들은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지나가기 일쑤이고, 포르투갈 선수들은 자국어로 총쏘듯 내뱉고 사라진다.
같은 시간 내근팀도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 현장에서 날아드는 수십장의 사진을 분류, 설명을 써야하고 현장팀의 기사에 오탈자가 없는지, 비문(非文·잘못된 문장)은 없는지 등을 1,2분 남짓 짧은 시간에 확인해 편집팀으로 넘겨야 한다. 국제부나 사회부라고 편할리 없다. 해외반응은 물론 길거리 응원, 경기장 외곽 표정을 자판기처럼 쏟아내야 한다. 그나마 경기를 직접볼 수 있는 스포츠부 현장팀은 행복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40판을 막고 나면 곧바로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배달판과 아침 가판인 최종판 마감 시간이다. 빠진 기사나 새로운 아이템을 보완, 마무리 기사를 보내야 한다.
오전 8시에 시작된 일과가 모두 끝날 때면 시간은 다음날 새벽을 향해 가고 있다. 다들 눈은 충혈돼 있고 걸음걸이엔 힘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누군가 "그래도 우리는 대전으로 가잖아. 희망의 땅으로"라는 말에 다시 눈에는 생기가 솟아난다.
<대전=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