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붉은 악마"

  • 입력 2002년 6월 18일 16시 56분


"내친 김에 8강으로 가자!"

월드컵 8강 진출을 결정짓는 한국-이탈리아전이 열린 18일 서울에는 150여만명의 시민이 거리로 나와 한국팀에 대한 뜨거운 애정을 과시했다.

이날 오후에는 기온이 3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계속됐지만 시민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경기 시작 10여 시간 전부터 세종로와 서울시청 앞 광장 등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세종로와 시청 앞=각각 50여만명이 모인 세종로 사거리와 서울시청 앞 일대는 이날 또다시 '붉은 바다'로 탈바꿈했다.

오전부터 '붉은 악마' 응원단 복장으로 삼삼오오 모여든 시민들은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 등 각종 응원가를 부르며 목청껏 한국 대표팀을 응원했다.

'거리 시청률' 최고를 기록해온 동아일보 전광판(LG전자 제작) 맞은 편에 위치한 패밀리 레스토랑 '스바로'의 창가 자리는 오전 10시부터 이미 손님들로 꽉 찼다.

주부 김혜동씨(27·여·서울 용산구 동부이천동)는 "아이들에게 애국심을 키워주는데 이만한 게 없다고 생각해 일찍 나와 좋은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세종로 동화면세점 앞 인도에는 오후 1시부터 2000여명의 시민이 길거리 응원을 준비하느라 부산하게 움직혔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 오른쪽 눈 부위에 붉은 색칠을 한 강영진씨(22·경기 남양주시)는 "미국전 때 눈 부위가 찢어지고도 열심히 뛴 황선홍 선수를 위해 이런 차림으로 나왔다"며 "오늘은 1명의 부상자도 없이 8강에 안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청 앞 광장을 바라보는 프라자 호텔 내 객실들도 포르투갈과의 경기 이후 예약이 폭주, 이날 오전 만원을 이뤘다.

시민들은 오후 5시부터 크라잉넛, 김종서, 캔 등의 식전 공연이 시작되자 응원가를 따라부르며 선전을 기원했다.

▽강남, 대학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이날 오전 3시부터 무대설치 등을 위해 교통이 전면 통제된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는 10만여명의 시민이 몰려 열렬히 응원전을 펼쳤다.

강남 잠실야구장과 삼성동 코엑스몰 광장 주변에는 곳곳에 '가자 8강' '신화를 창조하자' 등의 플래카드가 나붙은 가운데 '아리랑' '오∼필승 코리아' 등 응원가가 울려 퍼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여대생 김은정씨(23·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힘들어도 한국팀이 8강에 진출해 거리응원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오늘은 역사를 다시 쓰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9만여명이 모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평화의 공원에도 곳곳에 '반지의 제왕 안정환' '고구마 박지성 짱' 등의 플래카드와 함께 수백 개의 빨간 풍선이 매달려 응원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서울 시내의 대학들도 캠퍼스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학생과 인근 주민이 함께 응원전을 펼치도록 했다.

월드컵 참가 1호 골을 기록한 경희대 축구부 감독 박창선(朴昌善)씨는 "한국 선수들이 자신감에 넘쳐 있어 오늘 경기도 좋은 결과를 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찰 경비=경찰은 14일 포르투갈전에서 승리한 뒤 일부 응원단이 훌리건과 같은 일탈행동을 함에 따라 세종로와 시청 앞 일대에 5000여명 등 시내 곳곳에 74개 중대 8000여명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은 달리는 버스나 승용차 지붕에 올라가거나 도로를 점거하는 등의 위법 행위가 발생하면 사진이나 비디오 채증 등의 방법으로 사후에 처벌할 방침이다.

서울시 소방방재본부도 안전사고에 대비해 시내 각 지역에 140여대의 구급차와 2200여명의 구조요원을 배치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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