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伊 16강전 서울 응원물결]“6월 우린 모두가 하나였다”

  • 입력 2002년 6월 18일 18시 50분


“내친 김에 8강으로 가자!”

월드컵 8강을 결정할 한국-이탈리아전이 열린 18일 전국은 다시 한번 붉은 용광로로 변했다. 서울 168만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340여만명이 ‘붉은 악마’ 응원복을 입고 ‘12번째 태극전사’로 거리로 몰려 나와 한국팀의 승리를 목이 터지도록 응원했다.

오후 8시30분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전국 방방곡곡은 수천 발의 폭죽이 터지는 가운데 시민들의 함성과 함께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 들었다.

▽서울 세종로와 시청 앞〓각각 50여만명이 모인 세종로 사거리와 서울시청 앞 일대는 이날 또다시 ‘붉은 바다’로 바뀌었다. 시민들은 경기가 시작되자 “와∼”하는 함성으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시민들은 전반에 한국팀이 1골을 허용하자 아쉬워하면서도 “괜찮다, 힘내라”를 연호했다.

최고의 ‘거리 시청률’을 기록해온 동아일보 전광판(LG전자 제작) 맞은 편에 위치한 패밀리 레스토랑 ‘스바로’의 창가 자리는 오전 10시부터 이미 손님들로 꽉 찼다.

주부 김혜동씨(27·여·서울 용산구 동부이천동)는 “아이들에게 애국심을 키워주는 데 이만한 게 없다고 생각해 일찍 나와 좋은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시청 앞 광장을 바라보는 프라자호텔 내 객실들도 포르투갈과의 경기 이후 예약이 폭주, 이날 오전에 이미 만원을 이뤘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 오른쪽 눈 부위에 붉은 색칠을 한 강영진씨(22·경기 남양주시)는 “미국전 때 눈 부위가 찢어지고도 열심히 뛴 황선홍 선수를 위해 이런 차림으로 나왔다”며 1명의 부상자도 없이 8강에 안착하기를 기원했다.

외국인들도 ‘붉은 물결’에 동참했다. 독일에서 온 프랭크 하프만(35)은 ‘Be the Reds’가 새겨진 붉은 셔츠를 입고 이마에 빨간 물감으로 ‘KOREA’를 새긴 채 시청 앞 광장에서 거리응원단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었다.

하프만씨는 “이렇게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장면은 처음 본다”면서 “‘대∼한민국’과 ‘오! 필승, 코리아’를 따라할 때는 나도 모르게 신이 난다”고 말했다.

세종로 사거리 일대에는 멀리 지방에서 온 사람들도 많았다. 충남 당진군에서 온 대학생 정치훈씨(20)는 “오전 4시에 집에서 출발했다”며 “세종로 사거리 일대가 거리응원으로 유명해 한국 경기가 있을 때마다 이곳에 와서 응원한다”고 말했다.

▽강남, 대학로,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이날 오전부터 무대 설치 등을 위해 교통이 전면 통제된 종로구 대학로 일대에는 10만여명이 모여 구호를 외치며 한국팀을 응원했다.

잠실야구장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광장 주변 곳곳에도 ‘가자 8강’ ‘신화를 창조하자’ 등의 플래카드가 나붙은 가운데 ‘아리랑’ ‘오∼필승 코리아’ 등 응원가가 울려 퍼져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여대생 김은정씨(23·여·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힘들어도 8강에 진출해 거리응원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오늘은 역사를 다시 쓰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9만여명이 모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 평화의 공원에도 곳곳에 ‘반지의 제왕 안정환’ ‘고구마 박지성 짱’ 등의 플래카드와 함께 수백개의 빨간 풍선이 매달려 응원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서울 시내 대학들은 캠퍼스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학생과 인근 주민들이 함께 응원전을 펼치도록 했다. 한국팀의 월드컵 참가 사상 첫 골을 기록한 경희대 축구부 감독 박창선(朴昌善)씨는 “한국 선수들이 자신감에 넘쳐 있어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한강시민공원 LG무대 앞에는 12만명의 시민이 운집해 한마음으로 “대∼한민국” 등을 연호했다. 한강시민공원에는 인근 여의도 등에서 가족과 함께 응원 나온 주민이 특히 많아 눈길을 끌었다.사회1,2부

정리〓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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