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가 전국적으로 고조되면서 그동안 스포츠 경기에 관심이 적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도 ‘붉은 악마’가 돼 한국팀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다.
경기 안성시 양성면 노인주거시설인 ‘미리내 실버타운’에 있는 노인 300여명(평균 연령 70세)은 14일 한국팀이 포르투갈팀을 누르고 16강에 진출한 것에 큰 감동을 받고 15일 붉은 악마 티셔츠를 단체로 구입했다.
대부분이 천주교 신자인 이들 노인은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은 채 매일 아침 실버타운 내에 있는 성당에 가 미사를 보는 등 이 티셔츠를 평상복처럼 입고 다니고 있다.
이 시설을 운영하는 ‘오로지 복지재단’ 이사장 방상복(方相福·53) 신부는 18일 아침 미사에서 한국이 4강까지 무난히 진출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내용의 기도를 했다.
방 신부는 “축구 선수들의 선전이 국민 모두에게 기쁨을 준 것처럼 우리 국민 모두 남에게 베풀 수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 노인은 이날 대형 TV가 설치된 1층 식당에 모여 미리 마련한 막걸리와 두부김치를 먹으며 한국팀을 열렬히 응원했다.
박만조옹(85)은 “월드컵 때문에 젊은이로 되돌아간 느낌”이라며 “젊은이들처럼 목청껏 소리를 지르지는 못하지만 한국팀을 응원하는 마음만은 누구보다 앞선다”고 밝혔다.
김영길 관리과장(48)은 “한국팀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노인들이 하루종일 손자뻘되는 축구 선수들의 얘기로 꽃을 피운다”며 “노인들의 ‘대∼한민국’ 박수도 일품”이라고 말했다.
안성〓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