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와 16강전에서 탈락한 감독들은 대부분 쓸쓸한 본국행과 더불어 자신들의 거취를결정해야 하는 절박한 사정에 놓여 있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다 참담한 성적표를 안고 귀국한 프랑스의 로제 르메르 감독은 프랑스축구연맹(FFF)과 여론의 경질압력에 저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축구계 내부에서는 차기 감독으로 필리프 트루시에 일본대표팀 감독과 장 티가나 풀햄 감독, 전 대표팀 주장 디디에 데샹을 이미 물망에 올려놓고 있다.
당초 유임 쪽으로 기울던 포르투갈의 안토니우 올리베이라 감독도 한국전 패배로 조별리그 탈락의 불명예를 안으면서 경질 쪽으로 가닥이 잡혀 퇴출위기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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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 역시 이달 말 계약기간이 만료되는데다 ‘축구 신동’디에고 마라도나의 무보수 감독직 제의가 ‘뜨끔한’ 상황이다.
한편 어차피 계약직으로 ‘일회용’이었던 용병감독들은 깨끗하게 신변을 정리하고 떠났다.
이탈리아 출신의 노련한 명장 체사레 말디니 파라과이 감독은 이탈리아리그 명문클럽인 AC 밀란의 스카우트로 변신해 남은 축구인생을 보내겠다며 거취를 정리했다.
‘16강 청부사’ 보라 밀루티노비치 중국 감독도 세계의 높은 벽에 실패를 맛보더니 “당분간 쉬고 싶다”며 홀연히 떠났다.
우루과이의 빅토르 푸아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다음날 곧바로 사퇴의사를 표명, 스스로 ‘퇴진 1호’ 감독이 되기를 자처했고 죽음의 F조에서 침몰해 버린 나이지리아의 아데그보예 오니그빈데 감독은 협회의 외국인 감독 영입 방침에 따라 경질이 기정사실화됐다.
그러나 실패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신임을 받아 지휘봉을 유지한 감독이 있는가 하면 떠나려는 발길이 붙잡혀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감독도 있다.
이번 대회 첫 퇴장 감독인데다 간판 스트라이커 즐라트코 자호비치와의 불화로 마음고생이 많았던 슬로베니아의 슈레치코 카타네츠 감독은 미련없이 감독직을 내놓겠다고 선언했지만 슬로베니아축구협회(NZS)가 극구 만류하고 있다.
브라질 출신으로 코스타리카에 귀화한 알렉산데르 기마라에스 감독은 “거취에 대해 모르겠다”고 연막을 피우고 있지만 이미 재신임을 얻은 상태다. 스페인에 승부차기 끝에 패한 아일랜드의 마이클 매카시 감독도 2년간 계약을 연장해 입지를 재구축했다.
독일 출신의 빈프리트 셰퍼 카메룬 감독도 일단 2년간 계약을 연장키로 해 계속 지휘봉을 잡고 있고 튀니지의 아마르 수아야 감독은 2004년 아프리카네이션스컵까지 대표팀을 맡기로 했다.감독을 쉽게 갈아치우기로 유명한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독일에 0-8로 대패한 직후 곧바로 나세르 알조하르 감독이 경질될 위기에 처했지만 압둘라 왕세자가 ‘비전부터 제시하자’고 주장하고 나서 기사회생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