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배기 딸도 “대∼한민국” 온가족 손잡고 거리의 축제

  • 입력 2002년 6월 18일 23시 58분


김춘태씨부부가 대형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박영대기자
김춘태씨부부가 대형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박영대기자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TV로 경기를 보다가 애들이 졸라 거리에 나오게 됐는데 엄청나게 많은 인파를 직접 보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월드컵 16강전이 열린 18일 밤. 부인과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서울시청 앞에 응원을 나온 김춘태씨(37·은행원·서울 노원구 상계동)는 다소 흥분한 듯 머리에 두른 붉은 두건을 벗어 얼굴의 땀을 닦았다.

김씨 가족이 붉은 티셔츠 차림으로 거리로 나온 것은 안정환 선수를 제일 좋아한다는 큰딸 민혜양(8)이 “동네 언니들처럼 거리에 나가 대형 전광판을 보며 응원하고 싶다”며 며칠 전부터 졸랐기 때문.

경기가 시작돼 응원단의 함성이 터질 때마다 민혜양의 어깨가 들썩거렸고 둘째딸 민수양(3)은 혀 짧은 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쳐댔다. 연장전 끝에 한국의 8강 진출이 확정되자 김씨 가족은 서로 부둥켜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부인 임효숙씨(36)는 “16강만 가도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8강에까지 오르는 걸 보니 꿈만 같다”며 손에 든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었다.민수양은 모처럼 집을 떠나 거리에 나오니 신이 났는지 연방 발을 굴러댔다.

민혜양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안정환 오빠가 마지막에 한 골을 넣어 기분이 너무 좋다”며 “안정환 오빠 파이팅”을 외쳤다.

경기가 끝난 뒤 대형 전광판에 선수들의 얼굴이 보일 때마다 김씨 가족은 열광적으로 함성을 질렀으며 응원단의 노래가 나올 때마다 따라 부르며 즐거워했다.

서울 중구 명동에 직장이 있는 김씨는 이날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온 가족을 만나 시청 앞까지 걸어왔다. 부인 임씨는 “국민도 기쁘고 우리 가족도 기쁘고, 아이들에게는 다시 없는 추억거리가 될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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