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핵심은 바로 허리싸움에서 상대팀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루이스 피구(레알 마드리드) 후이 코스타(AC밀란) 세르지우 콘세이상(인터 밀란) 주앙 핀투(스포르팅 리스본) 등 세계 최강의 미드필드진을 보유한 포르투갈이 한국에 덜미를 잡힌 것도 허리싸움에서 패한 것이 주요인이었다.
변화에 가속도가 붙은 한국 축구를 이끌고 있는 주역이 바로 ‘히딩크의 황태자’로 불리는 박지성(21·교토 퍼플상가) 김남일(25·전남 드래곤즈) 송종국(23·부산 이이콘스) 등 ‘미드필드 3총사’다.
박지성은 수원공고 졸업 당시만 해도 왜소한 체격 탓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러나 거스 히딩크 감독을 만난 뒤 마치 스펀지처럼 배우는 것을 흡수했고 대회 개막전 잉글랜드와 프랑스와의 평가전 연속골에 이어 포르투갈전 결승골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우뚝섰다.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과 성실성으로 또래인 이천수와 자신을 구분하며 붙박이 주전을 놓치지 않고 있다.
홍명보의 뒤를 이을 선수로 꼽히는 송종국은 히딩크 감독이 발을 묶을 필요가 있는 선수를 맡기는 전담 마크맨으로 확실히 자리잡았고 김남일도 공격의 시발이자 수비의 1차 저지선으로서 ‘한국형 압박축구’를 대변할 만큼 성장했다. 김남일은 현재 한국 선수 중 외국 언론으로부터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특출한 감별사’ 히딩크 감독의 선구안과 만나며 재능을 활짝 꽃피웠다는 것.
반면 재능과는 달리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정반대의 평가를 받은 선수가 바로 이동국과 고종수다. 월드컵을 앞두고 국민의 관심은 온통 이동국의 대표발탁 여부에 쏠렸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이동국을 후보 명단에도 올리지 않은 채 완전히 외면했다. 이유는 단 하나. 느린데다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
이동국에 앞서 눈 밖에 났던 고종수에 대해서도 단호했다. “나는 고종수를 무척 좋아한다. 그러나 부상이 있었지만 그 정도 재능을 가졌다면 세계적인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스타플레이어란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그라운드에서의 역량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는 것이 히딩크 감독이 밝힌 탈락 사유.
히딩크 감독은 반대로 안정환과 윤정환은 합숙훈련을 통해 개인적인 노력을 확인했고 어느 수준까지 올라섰다는 이유로 막판에 대표팀에 포함시켰다. 안정환은 16강 견인차로 활약하며 히딩크 감독의 판단에 보은했다.
결론적으로 히딩크 사단에 낄 수 있는 전제조건은 90분을 쉴새없이 뛸 수 있는 강한 체력과 두 가지 이상의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 자질이 필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무한한 잠재력을 기본으로 도전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된 선수들만이 히딩크감독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박지성 송종국 김남일이 히딩크 감독의 뜻을 웅변하고 있다.
대전〓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