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후반 안정환의 헤딩슛이 그물을 가르는 순간 ‘로마의 심장’ 피아자 데 포풀로 ‘국민 광장’에 모여 있던 수천명의 축구팬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은 채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이탈리아 축구팬들은 한국전에 앞서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79 대 21의 압도적인 승률로 8강 진출을 따놓은 당상으로 간주하고 스페인과의 일전에 오히려 관심을 기울였다고 교민들은 전했다.
일부 국민은 토티 선수를 퇴장시킨 주심의 판정에 불만을 표시하며 “이탈리아가 승리를 강탈당했다”며 울분을 표시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프랑코 프라티니 내무장관은 “비열하고 수치스러운 심판”이라며 “미리 짜고 우리 팀을 16강에서 탈락시키려 한 것 같다”고 비난했다. 프랑코 카라로 이탈리아 축구연맹총재는 경기 뒤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표팀은 최선을 다했다”며 “이탈리아 축구팬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카페와 바에 모여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수백만명의 로마 시민들도 패배가 결정되자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일부 시민들은 진저리가 난다는 듯 물병을 발로 차며 절망감을 표시한 뒤 하나 둘 집과 일터로 돌아갔다.
광장에 모여 경기를 지켜보던 대학생 칼라 피에르마니는 “너무 슬퍼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많은 시민들은 66년 북한에 의해 8강 진출이 좌절된 뼈아픈 기억을 되살리면서 전율의 분위기마저 감돌았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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