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력, 수비 조직력 수준급… 골 결정력 허약

  • 입력 2002년 6월 19일 01시 34분


18일 일본 전역에서는 아쉬움의 탄성이 터져나왔다. 결승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 ‘해볼 만한 상대’로 자처했던 터키에 패한 것. 하지만 “그 정도면 잘 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일본은 월드컵 진출 후 첫 승점, 첫 승리, 첫 16강 진출의 염원을 한꺼번에 이뤘다.

▽운인가, 실력인가〓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일본의 조 편성은 행운이었다. 까다로운 상대로 여겨졌던 벨기에와 러시아의 전력이 예상보다는 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일본 언론도 “포르투갈 폴란드와 맞서는 한국에 비해 운이 좋다”고 평가했다. 튀니지도 그다지 힘겨운 상대가 아니었다. 행운은 또 있었다. 벨기에의 ‘에이스’ 음보 음펜자는 부상으로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러시아 전력의 핵 알렉산드르 모스토보이 역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일본은 이렇다 할 어려움 없이 16강행 티켓을 끊었다.

그러나 일본이 유럽의 ‘전통의 강호’들을 상대로 1승1무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실력. 필리페 트루시에 감독이 지휘한 4년 동안 한솥밥을 먹은 일본 선수들은 기량면에서 세계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스타 탄생의 빛과 그림자〓이번 월드컵을 통해 일약 스타로 떠오른 선수는 이나모토 준이치. 이나모토는 수비형 미드필더면서도 2골을 기록하며 두 차례나 경기 최우수 선수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나모토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과감한 드리블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이나모토가 터키전에서 너무 ‘욕심’을 부린 것은 오버 액션에 가까웠다. 의욕이 넘치는 것은 좋았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나모토는 의욕적으로 달려드는 스타일인 데 반해 경기를 보는 눈은 나카타 히데토시와 오노 신지에 비해 한 수 아래로 평가됐다. 오히려 이나모토를 스타로 띄운 역할을 한 것이 나카타와 오노. 넓은 시야와 칼날같은 패스를 자랑하는 걸출한 두 미드필더가 일본의 16강 진출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튼튼한 수비, 허약한 공격〓일본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골 결정력으로 드러났다. 이번 대회에서 일본이 기록한 5골 중 1골만이 스트라이커의 발끝에서 나왔다. 그나마 벨기에전에서 스즈키 다카유키가 잡아낸 골도 오노 신지가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반면 나카타 고지, 마쓰다 나오키, 미야모토 쓰네야스 등 스리 백 수비는 수준급이었다. 비록 3골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이들이 보여준 조직력은 국제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특히 고지는 수비 능력과 함께 탁월한 전진 패스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트루시에의 용병술〓트루시에 일본 감독이 예선 3경기에서 보여준 용병술과 터키와의 결승 토너먼트에서 보여준 용병술에는 차이가 있었다. 트루시에는 예선전에서 선수들에게 ‘안전 위주’의 경기를 요구했다.

일본 언론은 오노를 오른쪽으로 돌리고 그 자리에 알레산드로 산토스나 핫토리 도시히로를 둘 것으로 예상했지만 트루시에 감독은 오노를 왼쪽에 두면서 그의 장점을 살리는 데 힘썼다. 이전에 해오던 포메이션을 그대로 유지했다. 또 공중볼에 강한 나라자키 세이고를 ‘일본의 스타’ 가와구치 요시카쓰 대신 붙박이 골키퍼로 밀고 나가는 뚝심도 보였다.

그러나 터키와의 결승 토너먼트 첫 경기에서는 예선전에 한 번도 뛰지 않았던 니시자와 아키노리를 선발 스트라이커로 내세웠고, 산토스를 니시자와와 투톱으로 세우는 등 ‘파격’을 보였다. 트루시에의 파격 용병술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미야기〓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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