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지역예선에서 경기당 평균 2.6골을 기록한 스페인은 이번 조별 리그와 16강전까지 치른 4경기에서도 10골을 넣어 막강 화력을 뽐냈다. 화력의 원천은 4-4-2 전형의 최전방에서 투톱을 이뤄 스페인의 공격을 이끄는 라울 곤살레스와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두 선수는 현재 나란히 3골로 득점왕 후보에 올라있다. 당연히 한국 수비진이 경계 대상 1순위에 올려야 할 인물들.
특히 라울은 플레이 스타일이 까다로워 수비들이 상대하기가 쉽지 않다. 최전방 공격수의 위치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부지런히 전후방을 옮겨다니는 것. 라울은 미드필더 자리까지 처져 있다가도 어느 새 골에어리어 깊숙이 파고들면서 골 찬스를 만들어내곤 한다. 남아공과의 예선 경기에서 수비가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한 사이에 뒤로 돌아가 헤딩으로 골을 엮어낸 장면은 스트라이커로서 타고난 그의 능력을 십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공을 잡으면 지체없이 패스를 하고 필요할 때만 짧게 드리블을 하는 등 플레이에서 군더더기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라울은 16일 아일랜드와의 16강전에서 부상해 8강전 출장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 라울이 빠지면 신예 골잡이 디에고 트리스탄으로 대체할 수는 있지만 스페인의 공격력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라울과 단짝을 이루는 모리엔테스 역시 골 냄새를 맡는데는 라울 못지 않은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라울은 A매치 52경기에서 25골, 모리엔테스는 19경기에서 15골을 각각 성공시켰다. 경기당 평균 득점을 따지면 모리엔테스가 득점력에서만큼은 라울에 한 수 앞선다고 볼 수 있다.
모리엔테스는 빠른 발을 이용한 순간 침투 능력이 뛰어나다. 아일랜드와의 경기에서 여러 차례 오프사이드에 걸리긴 했지만 그의 빠른 침투는 아일랜드 선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미드필드진은 선수들이 고른 기량을 갖춰 특별히 한 쪽으로 편중되지 않은 공격을 펼칠 수 있는 점이 장점. 프란시스코 데 페드로와 루이스 엔리케가 좌우측 돌파를 책임지고 플레이메이커인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이 중앙에서 공수를 조율한다. 주로 후반에 조커로 기용되는 가이스카 멘디에타는 몸싸움을 피하지 않는 ‘인파이터형’으로 다소 거친 플레이로 체력이 떨어진 수비진을 괴롭힌다.
페르난도 이에로와 미겔 앙헬 나달이 이끄는 수비진도 비교적 탄탄한 편. 그러나 주전 수비수들의 나이가 많아 스피드가 떨어지는 약점을 앞선 경기에서 노출했다. 상대의 역습에 수비의 조직력이 무너지는 장면이 자주 나타난 것도 이 때문이다.
대전〓금동근기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