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은 두 사람만 모여도 한국팀의 ‘대역전 드라마’를 화제로 삼았으며 한국의 월드컵 우승까지 점치며 승리의 기쁨을 함께했다.
새벽까지 계속된 승리 축하 뒤풀이 때문에 직장마다 지각하는 사람이 속출했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 A사우나에는 평소보다 2배나 많은 60여명의 직장인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한국팀의 8강 진출로 스페인전이 열리는 토요일 오후 전국의 골프장과 낚시터는 개점 휴업의 위기에 몰렸고 각종 모임 등의 취소도 잇따랐다.
벌써부터 거리응원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인해 분위기가 들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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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의 모 골프장 관계자는 “보통 토요일 오후시간대는 예약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기가 있는데 8강 진출이 확정된 뒤 이날 오후시간대의 예약 대부분이 취소됐다”며 “아예 골프장 문을 닫고 직원들과 함께 축구경기를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22일 광주에서의 8강전을 앞두고 직장에서는 벌써부터 거리응원을 준비하는 사람들로 인해 분위기가 들떠 있는 상태다.
벤처회사 직원 유호곤씨(28)는 “스페인전이 열리는 22일은 토요 휴무일이지만 출근해서 동료들과 함께 거리응원에 나서기로 했다”며 “태극기와 두건, 머플러 등 응원도구를 일괄 구입했다”고 말했다.
인터넷상에서도 8강 진출의 감동은 이어졌다. 인터넷 PC통신 등 사이버공간에는 한국 대표팀과 거스 히딩크 감독에 대한 네티즌들의 찬사와 우승도 문제없다는 내용의 글들이 폭주했다.
‘우승자신’이란 ID를 가진 한 네티즌은 ‘스포츠웹진 후추’에 “한국 대표팀이 자랑스럽고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럽다”며 “온 국민이 힘을 합친다면 천지개벽할 한국팀의 우승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거리응원에 나섰던 많은 사람은 ‘대∼한민국’이란 응원구호에 ‘세∼계 최강’이란 새로운 구호를 연결해 한국팀의 우승을 기대하기도 했다.
초중고교에서는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들까지 한국의 8강 진출을 놓고 얘기꽃을 피우는 등 분위기가 들떠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정도였다.
무학여중 교사 장은실씨(29·여)는 “교실에 들어가 보니 모든 학생이 붉은색 학교 체육복을 입은 채 축구 얘기만 하고 있었다”며 “인근 학교들은 축구 때문에 6월 말로 예정됐던 기말고사를 연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팀의 선전으로 월드컵 관련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각 기업은 4강과 우승 기원 이벤트를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태극기는 월드컵 개최 이후 전국적으로 100만장, 한국 대표팀 복제인형은 70만개가 팔렸다. 복제인형 제조업체인 빅터코리아 김홍준 차장(31)은 “사무실에 비치하는 샘플까지 모두 팔린 상태이며 하루에 4000개 정도를 생산하고 있지만 일손이 모자란다”고 말했다.
시스템통합업체 삼성SDS 관계자는 “당초 월드컵과 관련한 이벤트를 생각하지 않았지만 한국팀의 선전으로 4강이나 우승에 대비한 이벤트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