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행정학과 김영평(金榮枰) 교수는 19일 자신의 전공과목 수업인 ‘정책학’ 기말고사에서 히딩크 감독을 소재로 한 시험문제를 출제했다.
출제된 문제는 ‘히딩크 감독의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조련이 정책학에 비춰볼 때 합리적·분석적 결정전략을 따랐는가 아니면 점진적·합의적 결정전략을 따랐는가’. 학생들은 이 문제를 집으로 가져가 다음 주까지 답안을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김 교수는 “히딩크 감독은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리더십과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며 “그러나 그를 무조건 칭송하는 것은 지성인의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에 학생들로 하여금 그의 전략을 냉철히 분석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행정학과 3학년 오원교(吳遠敎·21)씨는 “18일 밤 이탈리아를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한국팀의 선전이 눈앞에 선한데 히딩크 감독에 대한 시험문제를 받고 보니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한편 기말고사를 치르고 있는 서울시내 각 대학 학생들의 시험 답안지에 월드컵을 핑계로 좋은 점수를 부탁하는 애교 섞인 글귀가 넘쳐나기도 한다는 것.
대학들에 따르면 학생들은 ‘오! 필승 코리아’, ‘교수님, 8강입니다. 80점은 주시겠죠’, ‘어젯밤 축구 보느라 마무리 공부를 잘 못했습니다. 잘 봐 주세요’ 등의 글귀를 답안지에 함께 적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김선미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