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전문가 히딩크 “4강 가는길 훤히 안다”

  • 입력 2002년 6월 19일 18시 41분


한국보다 이틀 먼저 8강에 올라 18일의 한국-이탈리아 경기 결과를 기다리던 스페인팀은 과연 누가 이기기를 기대했을까.

곤살레스 라울, 페르난도 모리엔테스, 가이스카 멘디에타 등 스페인 선수들은 16일 기자회견에서 “누가 올라와도 관계없다”고 입을 모았지만 호세 안토니오 카마초 감독은 17일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이탈리아가 좋다”고 말했다.

▼카마초감독 “걱정된다”▼

대외적인 이유는 홈팀의 이점이 두렵다는 것이었지만 카마초 감독이 실상 더 겁냈던 것은 ‘정보 싸움’에서 이미 한국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도 그럴 것이 스페인은 한국팀에 대해 월드컵 본선에서 두 차례 만나 1승1무를 거둔 것이 전부일 정도로 사정이 어두운 반면 거스 히딩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누구보다 스페인 축구를 잘 아는 ‘스페인 전문가’.

히딩크 감독은 지금까지 세 차례나 스페인 프로팀 감독을 맡아 그들의 장단점과 전술을 훤히 꿰뚫고 있다.

1991년 6월부터 2년간 발렌시아팀 감독을 시작으로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4강에 올려놓은 직후 명문 레알 마드리드를 1년간 이끌었다. 2000년 6월부터 6개월간 레알 베티스팀을 지도한 것까지 합치면 모두 3년반이나 스페인축구에 몸담았었다.

▼라울등 공수핵 직접지도▼

발렌시아 시절 그가 발굴한 최고의 스타가 멘디에타(28·이탈리아 라치오). 히딩크 감독은 당시 2군에 머물고 있던 그를 발탁, 재능을 연마한 끝에 스페인 최고의 미드필더로 키웠다. 멘디에타는 소속팀을 두 차례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정상에 올려놓은 뒤 지난해 7월 이탈리아 세리에 A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있을 때는 현 스페인대표팀 공격의 쌍두마차 라울과 모리엔테스,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힌 수비의 핵 페르난도 이에로 등을 직접 지도하기도 했다.

스페인 카마초 감독은 98년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선임됐으나 구단주와의 불화로 시즌이 개막되기도 전에 쫓겨난 인물. 히딩크 감독이 카마초 감독의 뒤를 이어 레알 마드리드의 지휘권을 잡아 두 감독은 ‘악연’을 맺고 있기도 하다.스페인과의 8강전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지도했던 선수들을 상대로 경기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던 히딩크 감독은 18일 이탈리아를 꺾은 뒤 “다음 경기가 매우 욕심난다(greedy)”고 말해 승리를 향한 강한 집착을 숨기지 않았다.

대전〓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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