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붐 2세’ 차두리(22·고려대)가 아버지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까.
차두리의 아버지가 전 축구국가대표 선수이자 감독을 지낸 차범근씨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이 때문에 차두리가 태극마크를 달 때 ‘대를 이은 축구가족’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차두리는 대표팀에 합류한 것으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슈퍼스타’였던 아버지의 ‘후광’을 떨쳐버리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기회만 있으면 “아버지가 못다한 월드컵 골을 터뜨리겠다”고 말해왔던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그런 차두리가 월드컵에서 골을 터뜨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탈리아와의 16강전. 폴란드와의 D조 예선 1차전때 잠시 뛰었던 차두리는 0-1로 패색이 짙던 후반 38분 수비수 홍명보 대신 교체투입됐다. 오른쪽 사이드를 지킨 차두리는 특유의 빠른 발과 거침없는 몸싸움으로 상대 수비벽을 휘젓고 다녔다. 설기현의 동점골로 1-1이던 경기종료 직전엔 상대 골키퍼인 잔루이지 부폰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오버헤드킥까지 선보였다. 이 슈팅은 부폰이 엉겹결에 받을 정도로 파괴력을 갖추고 있었다. 팬들은 거의 골인줄 알고 함성을 쏟아낼 정도였다.차두리는 연장전에도 미드필드부터 강력한 압박을 펼치고 오른쪽 사이드를 비호같이 파고들어 많은 골찬스를 만들었다. 결국 골을 잡아내진 못했지만 파워 넘치는 플레이로 공격라인에 활기를 불어넣었고 그동안 문전에서 허둥거리던 모습도 보이지 않아 팬들의 큰 갈채를 받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의 골든골로 8강을 확정되자 차두리를 얼싸않으며 “잘했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차두리로 인해 공격에 큰 활로가 개척됐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차두리는 이날 그동안 “왜 대표팀에 합류시켰냐”는 주위의 비난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제 스페인과의 8강전이 남았다.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고 2,3경기가 될 수도 있다. 과연 차두리는 이번 월드컵에서 아버지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대전〓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