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의 ‘믿음’ 용병술 빛났다

  • 입력 2002년 6월 19일 18시 41분


“그들을 믿기에….”

한국축구대표팀 거스 히딩크감독의 철두철미한 용병술은 정평이 나있다. 그는 철저한 분석에 따라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을 시켰고 주전경쟁이란 ‘교묘한’ 자극으로 최대의 전력을 끌어냈다.

그러나 훨씬 더 중요한 게 있었다. ‘선수들에 대한 한없는 믿음’이 있었다.

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탈리아와의 16강전. 전반 4분 안정환이 페널티킥을 못넣자 아주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이후 안정환이 제대로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는데도 히딩크 감독은 그를 교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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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안정환이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프타임때 히딩크 감독의 신뢰를 확인한 안정환은 공수에서 더욱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몇차례 찬스를 놓치기도 했지만 결국 연장전에 천금같은 골든골을 낚아냈다.

10일 열린 D조 예선 미국전에서도 히딩크 감독의 선수에 대한 신뢰 때문에 무승부를 기록했다. 역시 동점골을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 이을용이 페널티킥을 실축했는데 히딩크 감독은 계속 믿음을 줬다. 결국 이을용도 안정환의 동점골을 어시스트하며 그에게 한없는 믿음을 준 히딩크 감독에게 ‘보은’을 했던 것이다.

만일 히딩크 감독이 다른 선수로 바꿨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까. 물론 좋게 나왔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을용과 안정환을 이번 월드컵에서 완전히 무너지게 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자기 때문에 졌다’라는 멍에속에 제대로 뛰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히딩크 감독은 실수한 선수들이 만회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를 그라운드에서 불러냄으로 해서 받게될 ‘손실’이 더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국 선수들이 그를 존경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대전〓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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