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악마’라 불러다오

  • 입력 2002년 6월 19일 18시 41분


'하얀 악마로 다시 태어난 태극전사'
'하얀 악마로 다시 태어난 태극전사'
“이제부턴 ‘하얀 악마’로 불러주세요.”

한국대표팀의 상징색은 바로 붉은 색. 정열과 투지를 의미하는 붉은 색은 오래전부터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주 유니폼색으로 자리를 잡았고 ‘붉은 악마’라는 애칭과 응원단도 그래서 생겼다.

하지만 앞으론 전통의 붉은 색 대신 하얀 색 유니폼이 대표팀 경기복으로 자리잡을 법도 하다. 히딩크 감독이 흰 색 유니폼을 선호하기 때문. 게다가 한국팀은 흰 색 유니폼을 입을 때 ‘불패행진’을 하고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골폭죽을 터뜨리며 4-1로 대승을 거뒀고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1-1 무승부로 선전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16강을 확정짓는 포르투갈전에서 입었던 유니폼도 붉은 색 상의에 파란 색 팬츠가 아니라 흰 색 상의에 빨간 색 팬츠.

18일 이탈리아전에서도 한국팀은 하얀 색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이날 경기가 한국의 홈게임이라 유니폼 색깔 선택의 권리가 있었지만 전날 히딩크감독은 감독자회의에서 주저없이 주 유니폼인 붉은 색을 버리고 보조 유니폼인 하얀 색을 지목했다.

히딩크 감독은 평소 “하얀 색에 붉은 팬츠가 훨씬 ‘스타일리시’(멋있는)’하다”며 흰 색 유니폼을 선호한다. 여기에 이 유니폼을 입고는 지지 않는 경기를 해왔으니 약간의 행운도 따라주는 셈.

그래서였을까. ‘하얀 악마’가 된 한국 선수들은 세계적 강호 이탈리아를 맞아 대등한 경기를 벌였고 2-1 역전승으로 대망의 8강진출 티켓마저 따냈다. 이 유니폼을 입고 올해 대표팀 전적 3승1무승부. 이탈리아 선수들은 ‘벌떼 수비’를 펼친 흰 색 유니폼이 눈 앞에 어른 거릴 때마다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흰 색 유니폼은 붉은 색보다 훨씬 세련돼보인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 더구나 선수들 입장에선 아군과 적군의 구분이 쉬워 좀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야간경기에선 그 집중력이 배가된다.

22일 스페인과의 8강전이 오후 3시30분에 열리는 주간경기인게 아쉽지만 한국은 또다시 보조유니폼인 흰 색을 입는다. 이 게임의 홈팀으로 지정된 스페인의 주 유니폼이 붉은 색이기 때문. 스페인과 월드컵에서 두 번 만난 한국은 공교롭게 흰 색 유니폼을 입고 1무1패를 기록했지만 ‘불패행진’을 하고 있는 올해만큼은 상황이 다를 전망이다.

울산〓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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