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팀의 상징색은 바로 붉은 색. 정열과 투지를 의미하는 붉은 색은 오래전부터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주 유니폼색으로 자리를 잡았고 ‘붉은 악마’라는 애칭과 응원단도 그래서 생겼다.
하지만 앞으론 전통의 붉은 색 대신 하얀 색 유니폼이 대표팀 경기복으로 자리잡을 법도 하다. 히딩크 감독이 흰 색 유니폼을 선호하기 때문. 게다가 한국팀은 흰 색 유니폼을 입을 때 ‘불패행진’을 하고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 스코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골폭죽을 터뜨리며 4-1로 대승을 거뒀고 잉글랜드와의 평가전에서 1-1 무승부로 선전했다. 월드컵 본선에서 16강을 확정짓는 포르투갈전에서 입었던 유니폼도 붉은 색 상의에 파란 색 팬츠가 아니라 흰 색 상의에 빨간 색 팬츠.
18일 이탈리아전에서도 한국팀은 하얀 색 유니폼을 입고 나왔다. 이날 경기가 한국의 홈게임이라 유니폼 색깔 선택의 권리가 있었지만 전날 히딩크감독은 감독자회의에서 주저없이 주 유니폼인 붉은 색을 버리고 보조 유니폼인 하얀 색을 지목했다.
히딩크 감독은 평소 “하얀 색에 붉은 팬츠가 훨씬 ‘스타일리시’(멋있는)’하다”며 흰 색 유니폼을 선호한다. 여기에 이 유니폼을 입고는 지지 않는 경기를 해왔으니 약간의 행운도 따라주는 셈.
그래서였을까. ‘하얀 악마’가 된 한국 선수들은 세계적 강호 이탈리아를 맞아 대등한 경기를 벌였고 2-1 역전승으로 대망의 8강진출 티켓마저 따냈다. 이 유니폼을 입고 올해 대표팀 전적 3승1무승부. 이탈리아 선수들은 ‘벌떼 수비’를 펼친 흰 색 유니폼이 눈 앞에 어른 거릴 때마다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흰 색 유니폼은 붉은 색보다 훨씬 세련돼보인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 더구나 선수들 입장에선 아군과 적군의 구분이 쉬워 좀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야간경기에선 그 집중력이 배가된다.
22일 스페인과의 8강전이 오후 3시30분에 열리는 주간경기인게 아쉽지만 한국은 또다시 보조유니폼인 흰 색을 입는다. 이 게임의 홈팀으로 지정된 스페인의 주 유니폼이 붉은 색이기 때문. 스페인과 월드컵에서 두 번 만난 한국은 공교롭게 흰 색 유니폼을 입고 1무1패를 기록했지만 ‘불패행진’을 하고 있는 올해만큼은 상황이 다를 전망이다.
울산〓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