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 오른발이냐 카를루스 왼발이냐

  • 입력 2002년 6월 20일 18시 31분


21일 시즈오카 월드컵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2002 한일 월드컵의 ‘사실상의 결승전’이 벌어진다. 잉글랜드와 브라질. ‘축구 종가’와 ‘축구 왕국’의 8강전 맞대결이다. 잉글랜드와 브라질 선수들은 저마다 승리를 자신하며 20일 시즈오카에서 가벼운 훈련을 가졌다. 이들의 대결은 4경기에서 단 1골만을 내준 잉글랜드의 ‘방패’와 4경기 13골을 뽑아낸 브라질의 ‘창’이 맞붙는다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요코하마〓주성원기자 swon@donga.com

■여유있는 황태자, 데이비드 베컴

‘죽음의 조’에서 빠져나온 잉글랜드의 저력은 수비에 있었다. 솔 캠블, 리오 퍼디낸드(이상 1m88)의 두 센터 백은 공중전에서 상대를 압도했고, 왼쪽 윙백 애슐리 콜의 과감한 전진 수비도 돋보였다. 게리 네빌의 부상으로 주전 자리를 꿰찬 오른쪽 수비수 대니 밀스도 그럭저럭 제 몫을 하고 있다는 평가. 노련한 골 키퍼 데이비드 시먼의 활약도 명성에 흠잡힐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이들만으로 잉글랜드 축구를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슈퍼 스타’ 데이비드 베컴을 빼놓고는 잉글랜드 축구를 설명하기 어렵다.

베컴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19일 잉글랜드팀이 시즈오카로 향하는 도중 중간 경유지 나고야 공항에 머물자 1500명의 여성 팬이 베컴을 보기 위해 몰려 들었다. 같은 날 일본 대표팀의 전세기가 나고야 공항에 내렸을때 300명이 모인 것과 비교되는 점.

베컴은 시즈오카에서 시종 웃음을 잃지 않은 표정으로 훈련을 가졌다. 수비가 제 역할을 해주고 있는데다 우려했던 공격력까지 살아나고 있어 ‘공수 조율사’ 베컴으로서는 여간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부상당했던 마이클 오언과 폴 스콜스가 20일 훈련에 합류한 것은 베컴에게 천군만마같은 소식.

스벤 고란 에릭손 잉글랜드 감독은 “오언이 21일 경기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선언해 팀의 사기를 북돋았다. 게다가 베컴의 인기로 일본은 잉글랜드의 홈 구장같은 분위기. 베컴으로서는 긴장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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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과 방패의 두가지 역할, 호베르투 카를루스

브라질의 ‘3R’ 공격 라인은 폭발적이다. 호나우두(Ronaldo) 히바우두(Rivaldo) 호나우디뉴(Ronaldinho). 잉글랜드의 막강 수비가 잔뜩 경계를 하고는 있지만 이들을 제대로 막아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러나 브라질은 화려한 공격 라인과는 달리 수비는 불안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굳이 따지면 수비수의 기량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수비수의 성향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오른쪽 윙백 카푸와 왼쪽 윙백 호베르투 카를루스가 사이드 돌파를 자주 하는 것은 물론, 에드미우손, 호케 주니어, 루시우의 쓰리 백도 공격 일선으로 나서는 일이 많다.

잉글랜드와의 경기에서 브라질의 호베르투 카를루스가 갖는 부담은 크다. 포지션으로 볼 때 베컴을 맞닥드릴 선수가 바로 카를루스다. 카를루스의 왼발과 베컴의 오른발은 곧잘 비교되는 대상이다. ‘3R’이 창으로 나설 때 카를루스는 방패의 역할을 해야 한다.

여느 때와는 달리 수비에 주력해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카를루스는 ‘맞불 작전’을 선언했다. 카를루스는 시즈오카에서 공개 연습을 마친 뒤 가진 기자 회견에서 “브라질의 수비가 약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브라질은 공격적인 팀이다. 수비만 하고 있으면 점수를 올릴 수 없다”고 대답했다.

베컴을 따돌린 뒤 올리는 왼발 센터링이 그가 할 일. 카를루스의 의지는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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