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자 아사히신문은 파키스탄 중에서도 축구공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있는 시알코트지역의 모습을 전했다. 시알코트는 동부지방의 도시로 인도와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카시미르에 인접해 있다.
이 지방은 옛날부터 카펫생산지로 유명해 기술자들의 손재주가 좋은 데다 영국 식민지시절이었던 19세기 말부터 영국인들이 쓰던 축구 크리켓 테니스의 용품을 수리해 주던 것이 산업으로 발전했다. 물론 싼 임금도 외국기업에게는 큰 매력이다. 현재 이곳에는 여러 가지 공을 만드는 공장이 70여개나 되고 30만명이 관련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가장 큰 공장인 ‘캐피탈 스포츠’에 근무한지 4년째인 사이후(22)는 하루 8시간 일하며 축구공 3개를 만들어 낸다. 6각형으로 자른 가죽들을 나일론실로 깁는 일로 힘과 끈기가 필요한 작업이다. 한 개를 만들면 55루비(약 1달러)를 받는다. 요즘은 근무가 끝난 뒤 월드컵중계방송을 보는 것이 큰 낙이다. 그는 “일류선수들이 우리들이 만든 공을 쓰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곳은 10년전에는 15세미만의 ‘아동노동’으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비정부조직(NGO)의 반발에 밀려 국제축구연맹(FIFA)도 “아동들이 만든 축구공은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기간산업이 존폐위기에 몰리자 이 마을은 98년부터 ‘아동노동 철폐운동’을 벌였다.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아동기금(UNICEF)은 그대신 185개소에 학교를 지어줬다. 지금은 아동노동이 없는 ‘모델도시’로 선정돼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케냐 모로코 나이지리아 등의 시찰단이 방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지 NGO관계자는 “공을 만드는 공장에서 쫓겨난 아동들은 카펫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아직도 파키스탄의 15세 미만 어린이중 10%가 부모들의 강요 등에 의해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기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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