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제-맥브라이드 ‘머리싸움’

  • 입력 2002년 6월 20일 18시 32분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왼쪽)와 미국의 브라이언 맥브라이드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왼쪽)와 미국의 브라이언 맥브라이드
“모든 것은 머리 싸움에 달렸다.”

21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독일과 미국의 8강전은 이번 대회 최대의 ‘고공전’ 카드.

전통의 유럽축구 강국인 독일과 북중미 축구의 자존심인 미국, 두 팀 모두 준결승전 진출의 승부수를 헤딩슛 ‘전문 킬러’에게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과 미국은 이미 조별리그와 16강전을 통해 가공할 ‘고공포’를 선보인 팀이라는 점에서 ‘높이 축구’에 탁월한 재능을 보유한 양팀 스트라이커들의 맞대결에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차군단’독일은 이번 대회에서 머리로만 5골을 뽑아내며 득점선두를 달리고 있는 세계 최고의 ‘헤딩골 제조기’ 미로슬라프 클로제(24·카이저스라우테른)를 앞세워 미국의 수비벽을 넘는다는 전략.

이와 달리 ‘스피드축구’를 구사하는 미국은 브라이언 맥브라이드(30·콜럼버스 크루), 클린트 매시스(26·메트로스타스), 랜던 도너번(20·새너제이) 등 주전 공격수들의 고른 헤딩슛 능력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독일은 유럽축구의 전통의 강호로서 클로제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를 보유해 고공싸움에서 우세가 예상된다. ‘전차군단’이라는 별명이 말해주듯 강한 체력에 기초한 몸싸움 능력이 탁월하고 조직력도 좋아 고공 축구를 구사하기 위한 탄탄한 인프라를 갖췄다.

클로제는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이 얻은 12골 가운데 5골을 뽑아내 월드컵 예선전까지 득점력 빈곤에 시달리던 팀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독일팀은 본선무대에 가까스로 합류, 조별리그 시작전만해도 역대 대표팀중 최약체로 평가됐으나 사우디와의 본선 첫 경기에서 클로제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8-0 대승을 거두면서 이 같은 우려를 씻어냈다. 클로제의 사우디전 3골은 월드컵 무대에서 독일선수로는 처음으로 기록한 해트트릭.

폴란드 태생의 클로제는 신장은 1m82로 헤딩슛 전문 스트라이커치고는 그리 크지 않은 편. 팀내에도 1m90대의 장신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폭발적인 점프력과 감각적인 위치선정 능력, 동물적인 골감각으로 루디 D러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다.

측면 센터링에 이은 단조로운 문전 공격 전술을 고집하고 있는 독일은 클로세에 쏠릴 집중마크에 대비, 카르스텐 양커(바이에른 뮌헨), 올리버 비어호프(모나코), 크리스텐 치게(미들스브러) 등의 공중포를 가동할 계획이다.

루디 D러 독일 감독은 “미국은 공격에 비해 수비가 약한 팀이다. 충분히 4강에 오를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미국은 도너번과 비즐리(20·시카고)에서 시작되는 빠른 측면공격을 앞세워 높이의 축구에서도 독일을 제압한다는 구상이다.

빠른 스피드로 독일의 미드필드 및 수비진을 뚫는다면 맥브라이드, 매시스, 도너번 등의 머리에서 언제든지 한 방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어리나 감독의 계산. 더구나 스트라이커인 맥브라이드와 매시스는 독일 클로제와 달리 발기술도 갖춰 어떤 상황에서든 득점포를 쏘아올릴 수 있다.

미국은 포르투갈, 멕시코에 이어 독일까지 꺾는다면 세계 축구계의 신흥강호로 자리를 굳히는 것은 물론 1930년 1회 대회의 4강 진출 신화도 재연할 수 있다.

브루스 어리나 감독은 “8강까지 온 것은 결코 행운이 아니다. 우리는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실력을 충분히 갖췄다”며 투지를 불태웠다.

울산〓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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