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비는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와 최진철, 김태영이 지키는 '스리백'이 기본이다. 그러나 한국식 '토털사커'를 구사하는 '히딩크 사단' 11명이 전문수비수다. 볼을 뺏기는 순간 모두가 수비수가 돼 최전방 공격수부터 강력한 압박을 시작해 볼을 따낸다. 그리고 그순간 수비라인은 5명 많게는 7명이 서서 상대 공격수를 차단한다.
22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유럽의 강호 스페인전에서도 똑같은 수비로 단 전후반은 물론 연장전까지 단 1골을 내주지 않는 철벽 수비를 과시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톱니바퀴 수비의 중심은 '맏형' 홍명보. 그는 중앙수비수로 최후방에 남아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시한다. 이날도 홍명보는 최전방 공격수인 페르난도 모리엔테스를 집중적으로 막으며 '후배들'을 리드했다. 특히 홍명보는 게임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볼을 몰고 센터서클까지 대시한뒤 좌우 사이트로 연결해 활로를 모색해주기도 했다.
대표팀 최장신 최진철(1m87)은 스페인의 고공폭격을 저지했다. 스페인의 미드필더 호아킨 산체스와 프란시스코 데 페드로가 좌우로 파고든뒤 센터링하는 볼을 어김없이 머리로 걷어내 스페인 공격수들의 힘이 쭉 빠지게 만들었다.
전후반 90분을 뛰고 벤치로 들어간 김태영도 철벽수비라인의 듬직한 한 기둥이다. 김태영은 18일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코뼈가 내려앉는 부상을 당했음에도 '배트맨'을 연상케하는 프로텍터를 쓰고 스페인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나선 안정환도 수비땐 어김없이 아크서클까지 내려와 있었다. 골기퍼 이운재를 포함해 좌우 날개인 설기현과 박지성, 왼쪽 윙백으로 뛰다 후반부터 수비형 미드필더를 본 이영표, 오른쪽 윙백 송종국 등 11명이 '벌떼'같이 펼치는 그물망 수비에 스페인은 쩔쩔 맬 수 밖에 없었다.
결국 1950년 4위 이후 52년만에 4강을 노리던 스페인은 한국의 톱니바퀴 수비를 뚫지 못한채 승부차기에 들어갔고 이운재의 선방에 눈물을 머금고 비행기에 올라야 했다.
광주=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