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꺾던 날]“이렇게 기쁜 밤은 없었다”

  • 입력 2002년 6월 22일 19시 26분


'4강 꿈만 같다' - 안철민기자
'4강 꿈만 같다' - 안철민기자
“결승까지 가자, 요코하마로 가자!”

한국이 스페인을 꺾고 월드컵 4강 진출을 확정지은 22일 온 국민은 너와 나를 가릴 것 없이 서로 얼싸안고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국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독일을 꺾고 일본 요코하마까지 가자”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서울 233만명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500여만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목이 터져라 응원전을 펼쳤다. 승리 축하연은 거리 곳곳에서 밤늦도록 계속됐다.

▼서울▼

‘거리응원의 메카’로 자리잡은 종로구 세종로 네거리와 시청 앞에는 지금까지의 거리응원전 가운데 가장 많은 160여만명의 시민이 몰려 승리를 자축했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동아일보와 동아닷컴, LG는 공동으로 세종로 네거리 일민미술관 위에 설치된 동아일보 전광판 앞에서 수천발의 폭죽을 터뜨리고 오색풍선을 하늘로 올려보내는 ‘승리의 불꽃축제’를 열었다.

광주 전남도청앞 응원현장 1 2 3 4 5 6 7 8 9
"4강해냈다" 광화문 45만 함성
광주경기장 응원 표정
광화문-시청 응원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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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밤이 늦도록 ‘아리랑’을 합창하며 강강술래를 펼쳤다. 또 북과 꽹과리 등을 두드리고 기차놀이를 즐기며 모두가 하나됨을 세계에 보여줬다.

회사원 김인겸씨(30·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오늘 같은 감격의 순간이 또 올지 모르겠다”며 “내친 김에 결승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서울 강북구 시각장애인 복지시설인 한빛맹아원 원아 20여명도 ‘눈’ 대신 ‘마음’으로 승리의 기쁨을 함께 했다. 아이들은 김예선 교사(25·여)가 홍명보 선수의 골 넣는 장면을 설명해주자 “대한민국 만만세”를 외치며 팔짝팔짝 뛰었다.

강남구 코엑스 광장과 잠실 야구장,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옆 평화의 공원,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야외무대 등에 몰린 50여만명의 시민도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함께 나눴다.

강남과 신촌 등 일부 거리에서는 응원단들이 밤거리를 누비며 “대∼한민국”을 연호했고 차량들도 박자에 맞춰 경적을 울렸다.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종로에는 이날 자정경 응원단들로 가득 찼으며 승리를 자축하는 술집에서는 처음 보는 옆 테이블 손님과도 건배를 하며 한국팀의 4강 진출을 함께 축하했다.

아파트 단지 등 주택가에서도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주민들이 밖으로 뛰어나와 ‘이웃 사촌’들과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광주에서 경기를 끝낸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특별기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 오후 10시50분경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 호텔에 이르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시민 500여명은 열렬한 함성으로 이들을 맞았다.

▼광주▼

한국팀이 120분간의 혈투 끝에 승부차기로 무적함대 스페인을 침몰시키는 순간 ‘4강 신화’의 현장인 광주 서구 풍암동 월드컵경기장은 붉은 물결로 출렁였다.

승부차기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선 홍명보 선수의 골이 그물을 가르자 4만여명의 관중은 일제히 일어나 환호를 보냈고 경기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관중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미끄러지는 세리머니를 펼치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고 삼삼오오 어깨동무를 한 채 경기장을 빠져 나와 4㎞에 이르는 금남로까지 거리행진을 펼쳤다.

코뼈가 내려앉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이날 출전해 투혼을 발휘한 김태영선수(32·전남드래곤즈)의 부인 조수임씨(29)는 경기장 한쪽에서 경기를 지켜보면서 “한국인의 의지를 만방에 떨친 선수들이 너무도 자랑스럽다”며 눈물을 흘렸다.

20만명의 인파가 몰린 금남로는 1980년 5월 민주의 깃발과 함성으로 뒤덮였던 ‘80년 5월 그날’을 연상케 했다. 시민들은 80년 그때처럼 애국가를 합창했고 태극기를 들고 거리를 내달렸다.

:기타 지역: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과 부산역 광장 등 부산의 거리 곳곳도 33만6000여명의 시민이 몰려 ‘붉은 물결’을 이뤘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네거리에는 ‘오! 필승 코리아 4강 진출’ 등 대형 현수막과 태극기가 내걸린 가운데 시민들은 발을 구르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거리응원에는 주말인 데다 공무원들의 주5일 근무제와 기업들의 휴무 등으로 가족 단위로 나온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아내와 두살배기 아들과 함께 대전 한밭운동장을 찾은 공무원 유승기씨(37)는 “모처럼 주말에 경기가 열려 가족과 함께 나왔다”며 “오늘의 추억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남구 문학동 문학경기장과 야구장에서는 시민들이 붉은 상의에 태극기를 몸에 두르거나 소형 태극기를 손에 든 채 한국팀의 4강 진출을 축하하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광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김권기자 goqud@donga.com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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