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이 열린 22일 광주는 온통 붉은 물결로 출렁였다. 1980년 5월 민주의 깃발과 함성으로 뒤덮였던 금남로 등 도심 곳곳에서는 전국에서 몰려든 축구팬과 시민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며 무등벌(광주)에서 4강 진출의 신화가 이뤄지길 기원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차량 통행이 통제된 금남로 전남도청 앞 광장에는 ‘붉은 악마’ 응원단 셔츠를 입은 외지 응원객과 시민 20여만명이 경기 시작 4시간 전부터 몰려 경기 내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대형 LED 전광판 앞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며 태극기를 흔들고 꽹과리와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응원열기를 고조시켰다.
이날 도청 앞 광장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북이 등장하고 경기 시작에 앞서 사물놀이와 가수들의 공연이 펼쳐지는 등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광주 월드컵경기장에는 가로 20m, 세로 10m 크기의 네덜란드 국기가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광주시는 거스 히딩크 한국팀 감독이 국민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어 대형 태극기와 함께 그의 조국인 네덜란드 국기를 응원에 사용하기 위해 붉은 악마를 통해 제작을 의뢰했다.
붉은 악마 응원단 1500여명은 이날 한국팀이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8강에 올라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의미에서 카드섹션 문구를 ‘PRIDE OF ASIA’로 정하고 경기장 남쪽 스탠드에서 카드섹션을 곁들여 응원전을 펼쳤다.
○…코뼈가 내려앉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이날 출전해 투혼을 발휘한 김태영 선수(32·전남 드래곤즈)의 부인 조수임씨(29)는 이날 경기장 한쪽에서 경기를 지켜보면서 “한국인의 의지를 만방에 떨친 선수들이 너무도 대견스럽다”며 눈물을 흘렸다.
전남 고흥군 도양읍 봉암리 김 선수의 고향 집에서 이웃들과 함께 경기를 지켜본 어머니 노상자씨(57)도 “태영이가 오늘 아침 전화를 걸어 와 ‘온 힘을 다해 싸우겠다’고 다짐했다”며 “자랑스러운 우리 아들”이라고 울먹였다.
○…광주향교는 이날 오전 서구 서동 향교 대성전에서 유림과 기관단체장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02 한일 월드컵 성공과 한국팀 4강 진출을 기원하는 고유제(告由祭)를 지냈다.
이날 고유제는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기 위해 특별히 마련된 자리로 초헌, 분헌, 망요(축문 태우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광주향교 오인교 전교는 “한국의 태극전사들이 당당히 4강에 올라 국가의 명예를 드높이고 온 국민에게 기쁨과 희망을 선사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축원했다.
○…광주 전남북과 부산 대구 울산 경남북 등 8개 시도에서 온 중고교 여학생 920명은 이날 전남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한국과 스페인의 경기를 관람하며 영호남 합동 응원전을 벌였다.
‘우리들의 꿈나무 세계로! 미래로!’란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전남도가 월드컵 응원을 통해 영호남 여학생들의 우의와 친목을 다지면서 동서화합과 국민통합을 기원하는 뜻에서 마련했다.
광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김 권기자 goqud@donga.com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