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지구촌 표정]스페인 국민들 "이렇게 무서운 응원 처음"

  • 입력 2002년 6월 22일 19시 54분


스페인팀에 패한 아일랜드, '고마워요 코리아' - 광주=특별취재팀
스페인팀에 패한 아일랜드, '고마워요 코리아' - 광주=특별취재팀
‘붉은 물결을 타고 넘어라.’

광주에서 월드컵 8강전을 벌인 스페인 국가대표팀에 대한 스페인 국민의 주문. 그러나 이 경기는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대로 ‘피로 대 열광(fatigue vs fanaticism)’의 대결이었다. 후반 들어 급격히 체력이 저하된 스페인팀이 숱한 골 찬스를 놓쳤다. 스페인 국민은 대표적인 골잡이 라울의 결장으로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한국팀의 응원은 열광을 넘어서 제 정신을 잃은 것 같다.”

스페인은 경기전 우승후보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를 꺾고 8강에 올라온 한국에 대해 경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국의 부상이 더 이상 이변이 아니라고 봤다.

이번 스페인 국가대표팀은 역대 최강. 조별리그를 포함해 4연승으로 8강에 올라왔지만 한국의 파워와 스피드, 그리고 한국인의 열광적인 응원 때문에 부담스러워했던 것.

더구나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2-0으로 이겨 나가다 후반 막판에 2골을 허용한 악몽까지 있었다. 스페인 국민은 국가대표선수 루이스 엔리케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그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나는 한국 팀처럼 체력적으로 준비된 팀을 만나 본 적이 없었다.” 94년 미국 월드컵에서의 한국전을 회상한 말.

지금은 체력에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조련에 따라 전술적인 능력까지 겸비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었다.

스페인은 전날 북부 사라고사에서 바스크 분리주의자들의 연쇄테러로 폭탄 3개가 터져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스페인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앞두고 20일 근로조건 변경에 대한 불만으로 8년만에 총파업도 벌어졌다.

스페인 국민은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시간만큼은 한 마음으로 스페인팀을 응원했지만 결국 이베리아반도는 눈물바다에 잠겼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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