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이날 마치 ‘신들린 듯’ 뛰었다. 스페인의 최전방 공격수로 나온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을 철통같이 묶은 데 이어 홍명보나 김태영이 전방으로 뛰어나가면 곧바로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스페인의 미드필더 호아킨 산체스와 프란시스코 데 페드로가 좌우로 파고든 뒤 센터링하는 볼은 어김없이 그의 발이나 머리에 걸렸다.
또 1m87로 한국팀에서 최장신인 최진철은 좌우 코너킥이나 프리킥으로 날아오는 볼을 머리로 번번이 페널티지역 밖으로 날려보냈다. 한국이 코너킥이나 프리킥을 얻어낼 땐 상대 문전으로 달려가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헤딩슛을 날리기도 했다.
역시 연장전까지 갔던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세계적인 골잡이 크리스티안 비에리를 막은 뒤 실신했던 최진철은 이날 연장전까지 120분을 뛴 뒤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더 이상 뛸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진철은 이날 홍명보 김태영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철벽 수비를 과시했다.
홍명보는 최전방 공격수인 페르난도 모리엔테스를 집중적으로 막으며 ‘후배들’을 리드했고 김태영은 이탈리아전에서 코뼈가 내려앉는 부상을 했음에도 ‘배트맨’을 연상케 하는 프로텍터를 쓰고 스페인의 파상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광주〓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