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벽수비 최진철 "투우사커 온몸방어"

  • 입력 2002년 6월 22일 23시 16분


차분하게 잘 싸우던 스페인 공격진은 어느 순간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문전 쪽으로만 가면 번번이 볼이 막혔기 때문이었다. 그곳엔 ‘찰거머리 수비’를 펼치는 최진철(31·전북 현대)이 버티고 있었다.

그는 이날 마치 ‘신들린 듯’ 뛰었다. 스페인의 최전방 공격수로 나온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을 철통같이 묶은 데 이어 홍명보나 김태영이 전방으로 뛰어나가면 곧바로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스페인의 미드필더 호아킨 산체스와 프란시스코 데 페드로가 좌우로 파고든 뒤 센터링하는 볼은 어김없이 그의 발이나 머리에 걸렸다.

또 1m87로 한국팀에서 최장신인 최진철은 좌우 코너킥이나 프리킥으로 날아오는 볼을 머리로 번번이 페널티지역 밖으로 날려보냈다. 한국이 코너킥이나 프리킥을 얻어낼 땐 상대 문전으로 달려가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헤딩슛을 날리기도 했다.

역시 연장전까지 갔던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세계적인 골잡이 크리스티안 비에리를 막은 뒤 실신했던 최진철은 이날 연장전까지 120분을 뛴 뒤 종료 휘슬이 울리자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더 이상 뛸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진철은 이날 홍명보 김태영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철벽 수비를 과시했다.

홍명보는 최전방 공격수인 페르난도 모리엔테스를 집중적으로 막으며 ‘후배들’을 리드했고 김태영은 이탈리아전에서 코뼈가 내려앉는 부상을 했음에도 ‘배트맨’을 연상케 하는 프로텍터를 쓰고 스페인의 파상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광주〓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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